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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평등화 요원한가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하지만 요즘 세상을 온통 시끄럽게 했던 이른바 고관부인 옷뇌물사건이 마무리될 무렵, 가짜 인물까지 등장시켜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를 편안하게 귀가시킨 검찰이 무슨 사설경호기관 같은 느낌이 들어 한심스럽다. 필자 역시 7년쯤 전에 엉뚱한 구설수에 휘말려 검찰에 출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그때 무슨 날벼락처럼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저질스러운 비아냥거림의 속어사전을 들춘듯한 검사의 말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날 필자는 한동안 검사가 고소자의 조서만 믿고 지껄이도록 내버려두었다. 20여분이 지나자 제풀에 지쳤는지 아니면 조금 전에 먹고 들어온 점심이 어느 정도 소화가 되었음일까, 피의자의 진술을 듣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자초지종을 듣던 그는 느닷없이 성질을 누그러뜨리더니 맞고소를 해도 될만한 사안이라면서, 그렇게까지 가야 되겠느냐면서 화해하라는 것이었다. 뻐끔담배를 피우던 그가 때마침 집에서 걸려온듯한 전화를 받더니 『응, 그래! 아빠가 말야. 오늘 멋진 네 글짓기 숙제 하나 만들어다 줄께. 마음 푹 놓고 놀고있거라, 알았니?』 하고나자 필자도 다소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그것도 한순간에 불과했다. 별안간 귀청을 찢을듯한 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아니, 저 머저리 또 들어왔어? 이번엔 못빠져 나가도록 단단히 혼쭐 좀 내주라고. 언제나 정신차릴거니, 너?』 깜짝놀라 그의 시선을 따라 뒤돌아본 필자는 더한층 노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방금 호통쳐댄 당사자가 바로 성성한 백발에다가 손은 형편없이 구겨진 휴지처럼 주름살이 지고 색깔도 번데기같은, 환갑을 훨씬 넘겼음직한 노인이었던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수십 건의 사건조사와 처리에 스트레스도 쌓이겠지만 자신이 원해서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검사가, 그것도 한참 젊은 사람이 저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가짜여인」을 태운 검찰 차가 「진짜여인」처럼 보이려고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벌였다니…. 역시 서민들에게 법은 아직도 먼곳에 있고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구나 하는 비애를 또다시 진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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