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을 타던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로 휘청거렸다. 미국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발언이 정작 미국보다 아시아 시장에 더 큰 충격을 몰고 온 것이다.
7일 우리나라와 중국·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가 줄줄이 하락했다.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은 중국 증시였다.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77%(117.05포인트) 폭락하며 사흘간 무려 8.2%나 고꾸라졌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23%(239.64포인트) 떨어진 1만9,291.99로 장을 마쳤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장 후반 1.52%(420.64)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장중 2,068.50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전일 대비 0.65%(13.58포인트) 하락한 2,091로 마감했다.
악재는 옐런 의장의 '입'이었다. 이날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사에서 열린 신경제사상연구소(INEF) 포럼에 참석한 옐런 의장은 "현재 미국 주가가 매우 고평가돼 있다"며 "(주가 하락의)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장기채권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며 "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높은 국채 간 수익률 차이가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에 대비해 사전에 자산시장의 거품을 거둬 시장의 파국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아 증시에 충격을 줬다. 여기에 더해 중국 증시 거품론까지 겹치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블룸버그는 "중국 주가 수준이 과도해 정부가 (시장 과열의 원인인) 마진거래를 규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중국 주가가 3거래일 기준으로 2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켜 신흥국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기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연일 급등세를 보이던 국고채금리는 9거래일(3년물 기준) 만에 약세를 보이며 모처럼 숨을 돌렸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03%포인트 내린 1.966%를 기록했다. 채권금리 급등으로 전일까지 올해 하락분을 대부분 반납했던 10년물도 이날 전일 대비 0.018%포인트 떨어진 2.551%에 마감했다.
이날 국고채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이날 금리 하락폭은 최근 금리 상승세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라며 "오랜 상승세에 따른 일시적인 하락으로 글로벌 국채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이날의 하락을 추세전환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최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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