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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에서 삶의 동반자로 36년째 同車同樂

“우리 다음 세상에서는 꼭 친구로 만나 함께 삽시다.” 정홍 대성그룹 차량관리과장(회장 전용차 운전기사)은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36년째 김 회장 운전기사로 지내왔지만, 대하기가 어려운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정 과장을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한 지 오래다. 동갑내기(1942년생)인 정 과장과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환갑기념 여행을 부부동반으로 함께 떠났다. 정 과장이 생일을 늦추고 김 회장은 당겨서 한 것.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 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 회장과 회장전용차 운전기사가 오랜 기간 하나로 묶여 있는 경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두명의 관계는 조금은 남다르다. 정 과장은 물론 김 회장을 `회장님`이라고 깍듯이 부른다. 김 회장은 정 과장을 `정홍씨`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 과장과 김 회장은 호칭과 관계없이 사실상 `친구`와 다름 아니다. 함께 보낸 세월의 두께가 두사람의 신분을 뛰어 넘었다. 정홍 사원이 김영대 상무의 운전기사로 발령을 받은 뒤 첫 느낌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다. “앞이 캄캄하고 떨렸어요. 회장님 아들 모시는게 쉽지않을 거라고 주변에서도 걱정이 대단했습니다. 열심히 해도 안되면 혼자 쌀가게라도 해야지 생각했죠.” 그러나 이런 우려는 그가 김 상무 앞에 앉은 지 며칠 안돼 사라졌다. 김 상무는 대천에 간 첫 출장에서 정 사원의 잠자리를 직접 챙길 만큼 그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때 이후로 높은 사람 모시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저 좋은 사람 옆에 함께 있구나 싶지.” 두 사람 간의 믿음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 사고가 났어요. 김 회장은 그때 모 호텔에서 일을 보고 있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양반 나를 기다릴거라 생각하니 속이 얼마나 타던지. 2시간 뒤에 가니 그때까지 기다리던 김 회장이 `정홍씨, 너무합니다`라고 딱 한 마디 하데요. ” 얼마 후 사고 전말을 알게 된 김 회장이 차 안에서 “나 같은 사람 옆에 있기 힘들죠. 내 압니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 한마디에 서운하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졌다고. `회장 모시기`가 고단하겠다고 묻자, 정 과장은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피곤해 하는 회장을 보면, 안쓰러워 지는데 그분은 내게 `미안하다`, `고맙다`고 해요”라며 “사람간의 믿음이 어떤 건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정 과장은 65년 대성그룹에 입사, 67년부터 김 회장과 한 차를 타고 함께 달려 왔다. 이제 내년이면 운전대를 놓아야 한다. 정 과장은 그간의 회사생활과 경험을 일기형식으로 묶어 책 한 권을 낼 계획이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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