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징계건이 오는 25일 결정된다. 금융감독당국은 정 사장이 해킹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 때문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금융회사들에서 전산 사고가 잇따라 생기고 있는 점에서 정 사장이 전산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일종의 '시범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25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정 사장 징계건을 논의한다. 금감원은 보통 제재심의위 개최 열흘 전에 징계대상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해주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주 말 현대캐피탈 측에 처벌 수준을 전달할 예정이다. 제재심의위는 매달 첫째ㆍ셋째주 목요일에 열리지만 이달은 휴가철을 감안해 25일 한 번만 개최된다. 현재 감독당국은 중징계냐, 경징계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당국 일각에서는 현대캐피탈 사건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해킹 사건 초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보안예산을 확충한 뒤 전문 인력을 뽑는 등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지난 4월 해킹으로 175만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는데 최고경영자(CEO)가 관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 문제로 금융감독원이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진단을 통한 저축은행 처리도 예외 없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징계 후 '봐주기'나 '솜방망이 처벌' 등의 논란이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임직원의 경우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징계를 내린다. 해임권고가 가장 센 조치이고 문책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다. 은행권은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년에서 5년간 임원을 맡을 수 없지만 2금융권인 캐피털사는 해당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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