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조기업과의 기술격차는 없습니다. 다만 진출시기가 늦었을 뿐이죠."
이창선(사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그룹장(상무)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스템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종합 냉난방공조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 상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직접 시스템 에어컨 개발을 진두 지휘했던 냉난방공조 전문가다.
시스템 에어컨은 일반 가정용 에어컨과 달리 대형 상가나 건물 등 상업용으로 쓰이는 제품을 말한다. 현재 전세계 시스템 에어컨 시장은 다이킨, 미쓰비시, 캐리어, 트레인 등 글로벌 냉난방공조업체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TV 등에서 전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서는 아직 후발주자다.
이 그룹장은 "시스템 에어컨은 일반 가전제품과는 달리 대형 빌딩을 짓는 건설회사들이 대량으로 구매를 하고, 제품 설치 역시 공조업체들의 전문요원들이 담당하는 게 큰 차이점"이라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일찌감치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에 비해 힘겨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자체는 인지도가 높지만 '삼성 에어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그리 높지 않은 점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 에어컨을 포함한 종합 냉난방공조사업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그룹장은 "선두업체에 비해 뒤쳐지는 영업망이나 설치 인프라, 판매인력 확충 등에 매년 4~5배씩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혁신제품 개발과 대형공사 수주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간다면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그룹장이 자랑하는 삼성 시스템 에어컨의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 기업간거래(B2B)가 대부분인 시스템 에어컨 시장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은 발주업체의 선택을 받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의 정보기술(IT) 경쟁력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원격제어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을 통해 연간 에너지사용량을 최대 30%까지 줄여주는 빌딩 에너지절감 솔루션 '젠시스(Zensys)'가 대표적이다.
이 그룹장은 "삼성은 다른 글로벌 공조업체들에 비해 IT 분야에서 탁월한 강점을 갖고 있다"며 "시스템 에어컨에도 이러한 IT 역량을 접목해 운용과 관리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에너지절감까지 가능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의 앞선 기술력은 실제 사업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카 원자력발전소 배후시설 개발에 1,000만 달러 규모의 시스템 에어컨 공급계약을 따낸 데 이어 지난해 4월 중국 하이난성 리조트개발 프로젝트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000만 달러 수주계약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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