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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3월 25일] GM 파산과 치킨 게임

미국인의 혈세로 연명 중인 제너럴모터스(GM)의 채권단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 파산을 걸고 정부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서로 충돌할까봐 자동차의 핸들을 먼저 꺾는 겁쟁이가 게임에서 지는 것처럼 GM 파산을 더 걱정하는 쪽이 꼬리를 내릴 때까지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는 양상이다. 재무부의 GM 생사 판정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구 계획의 핵심인 노조와 채권단의 고통 분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UAW는 “채권단이 회사 살리기에 나서지 않는데 우리가 왜 먼저 희생양이 되느냐”며 볼멘소리고 채권단은 “설마 정부가 파산을 방치하겠냐”며 출자전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까지 1주일의 시간은 남았지만 미 언론들은 다음달 2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금융 정상회담 참석차 오마바 대통령이 유럽으로 떠나는 탓에 이달 말까지 자구계획 합의는 물론 정부조차도 생사 판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다. GM의 구조조정 계획은 도요타 수준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퇴직자 건강보험(VEBA) 출연금 2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을 주식으로 대체하는 한편 270억달러의 무담보 채권을 보유한 채권단의 70% 출자 전환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장 폐쇄와 생산 차종 감축, 브랜드 매각도 포함되지만 노조와 채권단의 이런 고통 분담이 없이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GM 생사를 담보로 한 치킨게임은 채권단과 UAW의 나부터 살자는 식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오마바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빅3 파산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며 이미 패를 보여버렸다. 재무부가 GM 파산 가능성을 아무리 흘려도 채권단과 UAW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채권단은 지난 22일 티머시 가이스너 재무장관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왜 채권단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GM 운명은 치킨게임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재무부가 먼저 핸들을 꺾고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GM은 살수는 있겠지만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어느 쪽도 핸들을 꺾지 않아 파산이라는 비극적 충돌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번 치킨게임은 재무부가 전적으로 불리한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킨게임의 승자는 모든 것을 독차지 하지만 불행히도 GM을 둘러싼 치킨게임은 참여자 모두의 양보가 없다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게 된다. 게임의 승자는 국외자인 현대ㆍ기아차가 될 수 있다. 빅3가 수렁에 빠진 사이 현대ㆍ기아차는 시장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리면서 북미시장 6위인 일본 닛산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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