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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환율

하루 만에 또 10원 떨어져 1,120원선도 위협<br>당국 티나는 개입 쉽지않아 원화강세 지속될듯

주가, 채권 가격, 원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모티터를 응시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원ㆍ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가까이 내리며 1,120원대로 수직하락했다.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락 속도가 워낙 가팔라 일시적으로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크지만 외환 당국이 '눈에 띄게' 시장에 개입하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원화 강세에 브레이크가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8원10전 내린 1,122원30전을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4일의 1,115원50전 이후 최저치다. 9월24일 이후 7거래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락한 원ㆍ달러 환율은 이 기간 동안 38원20전이나 빠졌다. 당국의 개입으로 지지될 것으로 여겨졌던 환율 지지선들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날도 외환 당국이 1,125원선에서 미세조정에 나서 하락폭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에 역외투자자의 달러 매도세가 다시 집중되면서 1,12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워낙 글로벌하게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국내적으로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과 같은 요인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1일(현지시간) 78.053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37달러 후반대까지 급등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지난주를 고비로 어떤 지표가 나오든지 위험자산 선호를 가리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경기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달러 약세의 논리로 작용했다. 지난주 미국의 개인소득지표, 중국의 제조업경기지표가 예상보다 호전됐지만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 시그널로 여겨지며 위험자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위험자산인 이머징 국가의 주식과 채권ㆍ통화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지난주 경기지표가 좋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시장에 퍼지면서 위험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시적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관측된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음 기술적 지지선은 1,112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낙폭 과대에 따른 부담감으로 속도는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팀장도 "그동안 달러를 매도해왔던 역외세력이 차익실현에 나설지에 따라 완급이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도 정치적인 이유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급등락시에는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수급이 반영된 시장에서의 움직임을 최대한 존중하되 쏠림에 의한 환율 급등락에는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입 약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한 대형 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에서 지속적으로 미세조정을 하고 있지만 특정 환율 수준을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정도로만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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