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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외국인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대응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외국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합동 특별검사 방안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안돼 이번에는 '세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 대해 원천징수 면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인데, 부작용이 적지 않은 줄 알면서도 '관계 부처와의 협의'라는 수식어를 달아 에둘러 시장에 충격 요법을 구사한 것이다. 선물환 규제와 특별 검사에 이은 3단계 카드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G20 회의 때까지는 달러 공급을 줄이기 위한 이 같은 우회적 개입이 수위를 높여가면서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20까지 '돌려 치기식' 대응을 한 뒤, 회의를 통해 각국간의 컨센서스를 도출하면 이를 통해 시장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검 이어 채권 과세 카드 왜 나왔나= 정부는 지난해 3월 채권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채권에 대한 이자소득세에 대한 원천징수 면제 조치를 내놓았다. 기존의 세금 14%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의 채권 매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자소득세 면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방침은 결국 면제 조치를 1년만에 없애겠다는 것인데, 외국인으로서는 국내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매력이 일정 부분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정부의 조치는 외인들이 채권을 팔고 나가도록 하면서 환율을 방어하려는 전략인 듯 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제도 도입의 명분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 역시 외인 자금의 물꼬를 막을 수단을 내놓고 있는 탓이다. 브라질이 달러화 과다 유입을 막기 위해 금융거래세의 세율을 2%에서 4%로 올렸고, 태국 등 여타 신흥국들도 자국의 과다한 통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당국이 직접 개입해 환율을 방어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면서도, 국제 흐름에 부합하는 조치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에드벌룬인가, 실질 조치인가= 물론 채권 과세 조치가 실제 도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진 위원장은 "금융위 소관 사안은 아니지만,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매우 신중한 톤으로 조절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 역시 "(금융위가)부처간 협의를 요청해오면 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제도 도입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조심하는 것은 외국인 자금의 차단 못지 않게 이로부터 파생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지 1년여만에 이를 뒤집는 것도 그렇지만, 이 조치의 부활이 한국채의 씨티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질 수 있는 탓이다. 개별 국가가 WGBI 지수에 편입되려면 시장규모와 신용등급, 진입장벽(세제, 외환 등)의 조건을 3개월 이상 충족시켜야 하는데 정부는 채권투자 원천 징수세 면제로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어찌됐든 실제 도입 여부와 관계 없이 진 위원장의 발언은 일단은 효력을 발휘했다. 원천징수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발언 직후 환율은 껑충 뛰어 올랐고, 채권값은 급락했다. 이후 금세 다시 환원하기는 했지만 시장에 부분적으로나마 충격 요법을 던지는데는 성공한 것이다. ◇3단계 조치는 무엇일까= 특별검사와 채권 원천징수 면제 재검토 외에도 정부는 제3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특정기관이 특정종목의 국고채를 집중 매입해 시장에 영향을 주면 해당 종목의 재발행을 통해 시장 왜곡을 막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8년초 도입하려다 그만둔 외인 지점에 대한 손비인정한도 축소 등의 조치도 검토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 역시 "직접적인 시장의 개입만 제외하고는, 상정 가능한 우회적 방법론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혀, 또 다른 카드들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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