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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은]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大 교수

"한국경제 향후 10년 최대한 성장해야"<br>고령화 추세·기업 잠재력 감안할때 지금이 절정…여력 있을때 질주를<br>한국기업은 최고역량 발휘 하는데 시장을 힘으로 누르려다 부동산 거품·고용 악화등 부작용<br>차기정부 경제·외교재건이 최우선


“한국 경제는 앞으로 10년간 고성장을 달성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일본 경제학계에서는 드물게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전문가’로 알려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의 후카가와 유키코(49ㆍ사진) 교수는 “한국 경제는 인구 고령화 추세나 기업 잠재력을 감안할 때 지금이 절정기(peak)”라며 “성장 여력이 있을 때 최대한 성장 질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반면 참여정부는 시장을 힘으로 누르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거품, 고용 악화 등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성장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높게 평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도쿄 신주쿠구 니시와세다 캠퍼스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난 후카가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후카가와 교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도 망가진 경제와 외교의 재건을 꼽았다. 그가 글로벌 시대를 헤쳐가는 한국에 보낸 메시지는 “한류처럼 남이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라”는 것이다. 중국 등 신흥국가의 급성장이 진행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가치관과 문화를 살려 한국만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인력 감축에 나서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인 한국 전문가인 후카가와 교수의 조언이다. -이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해 3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매겼다. 정권 말년인 지금 참여정부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한국은 기업의 잠재력이나 인구구성에 있어 지금이 절정기에 다다른 상태라고 본다. 최근 삼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글로벌기업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다른 기업이나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 원인의 일부는 정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참여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행정수도 이전문제나 부동산 투기열풍 등이 불거지는 바람에 정책 신뢰성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제적으로는 노무현 정권이 김대중 정권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평가한다. 정치적으로는 언젠가 거쳐야 할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참여정부는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하지 못하고 진보주의 일변도로 편향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현 정부가 경제와 외교 부문에서 실패한 것도 이 같은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이라는 상대를 중시하지 않고 정부가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바람에 부동산 거품이 형성되고 고용이 악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외교에 있어서도 대북정책에만 치중한 나머지 대미ㆍ대일관계는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6개월가량 임기가 남은 만큼 최종 평가를 내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기 한국 대통령이 가장 중시해야 할 정책과제는 무엇인지. ▦현 정부가 어려움을 겪은 부분, 즉 경제와 외교의 재건이 우선시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거시경제상황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 맞물린 고용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막대한 규모의 교육투자가 활용되지 않아 큰 낭비를 초래하고 지나친 고학력화로 인한 노동시장과 산업계의 불균형으로 고용시장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있다. 고용시장 경색은 앞으로 고령화가 진전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차기 정권은 40대 이하 젊은 층의 고용시장 개선을 위한 경제정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외교 면에서도 북한에만 얽매인 기존 정책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북한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긴 하지만 한국 혼자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북한의 소프트랜딩을 위해서라도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 국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10년간과 유사한 구조개혁을 진행해왔는데 일본에서의 개혁이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면.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감독하에 개혁을 추진하면서 미국식 개혁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반면 일본은 ‘우리는 미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 개혁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 가령 고용면에서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장기고용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양극화 문제가 한국만큼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지 않는 이유도 일본이 ‘남의 논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고용면에서는 IMF 요구 이상으로 과잉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미국 내에서도 특수사회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논리에 따라 기존의 안정고용을 극단적으로 파괴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생각이다. 결국 일본과 한국의 구조개혁 차이는 일본이 남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주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젊은이들의 가치관도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 일본에 공무원이 가장 안전한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장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국가재정이 큰 부담을 안게 된 상태다. 한국도 복지재정 증가 등으로 재정적자 확대가 우려되는데. ▦한국의 재정부담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의료보험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진다면 연금문제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심각한 것이 의료비 문제다. 한국은 50대 후반이면 퇴직을 하는데 저축이나 가족의 보살핌으로 의료 부담을 넘겨온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구조적으로 세금을 늘려 의료보험비를 충분히 쌓아두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은 일본만큼 부채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재정부담은 훨씬 덜한 편이다. 지금 한국에 시급한 과제는 여력이 있을 때 가능한 한 경제 고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보는데 그 기간 동안 최대한 성장세에 속력을 내야 할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한국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거품 논란도 일고 있는데 어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겠는가.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기업이 설비투자를 확대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금이 건전하게 흡수되는 것이다. 설비투자로 돈이 흘러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층도 한층 두터워지면서 경제가 더 안정된 구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삼성이나 포스코 등 일부 글로벌 기업만이 경제를 이끄는, 말하자면 경제의 층이 얇은 불안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충분한 힘을 발휘해 일부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견인하는 두터운 층을 형성해야 한다. 이들 대기업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이행해야 한다. 지금은 효율성과 수익을 중시한 나머지 주주권한만 중시해 고용창출이나 노사문제 해결이라는 기업으로서의 책임은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두터운 층을 뒷받침해야 할 중소기업이 육성되지 못하고 노사분쟁이 빈발해 사회적 부담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경기회복 사이클이 장기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경기회복세가 단기화하는 데 따른 우려가 높은데. ▦한마디로 정책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선진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온 성장을 단기간에 압축시켜 일구는 바람에 문제점 또한 압축돼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정부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혼란스러운 정책을 펼치고 그로 인해 경기도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사실 일본도 15년째 경기확대 국면을 유지하는 일부 선진국들에 비하면 사이클이 길다고 볼 수는 없다. 때마침 구조개혁 성과가 나오는 시기가 단카이세대의 은퇴기와 맞물려 경기회복을 부추기고 있지만 앞으로 수년 뒤부터는 고령화의 부담을 본격적으로 짊어지게 될 것이므로 일본 역시 경기회복세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5~6년 이내에 또 한차례의 구조개혁을 겪어야 할 것이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나아가 동북아 경제공동협력체의 앞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한국과 일본 시장은 이미 통합이 진전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과 함께 급증한 한국 쇼핑객들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FTA 체결은 사실상 이뤄진 시장통합을 양국 정부가 사후적으로 인정하는 절차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동북아 경제통합 역시 어차피 이뤄질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문제는 통합순서인데 상식적으로 가장 통합의 장애가 적은 한국ㆍ일본, 이어 한국과 중국, 마지막으로 일본과 중국 순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ㆍ중ㆍ일 동시 FTA라는 구상이 한국 측에서 제기되기도 하지만 3국 상호간의 교섭 항목의 차이와 이해관계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도 과거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잇따랐지만 한국도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부품 수가 많고 기술이 복잡한 산업으로 차별화해 자동차산업이나 환경기기ㆍ의료기기ㆍ원자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안전성과 정밀성이 중시되는 산업들인 셈이다. 한국도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가령 ‘한류’가 대표적인 예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인적 자원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창출해내는 것이다. 베낄 수 있는 것, 한국 독자의 부가가치를 담지 않은 것은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언젠가 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IMF 위기의 과잉학습효과로 당장의 수익만을 생각하고 한국적 부가가치를 낳는 동력인 인적 자원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수익이 떨어지면 당장 인력부터 감축하고 나서는데 이래서는 한국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세련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 닛산과 지방기업으로서의 고유 방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도요타의 경우를 살펴봐도 닛산이 도요타를 쫓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남이 따라 할 수 없는 도요타 고유의 문화, 독자적인 가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과 정부에 조언이 있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한국 사람들이 교감할 수 있는 가치관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은 개척가 정신과 도전정신이라는 공통된 가치관이 있고 일본은 곤경 극복을 중시하는 공통된 가치관을 산업으로 연결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이처럼 공통된 ‘이미지’가 없다. 기업이 사회를 직시하고 한국인 특유의 성향을 독자적인 부가가치로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민간 부문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능한 한 민간의 보조에 머물면서 FTA 체결 등 정부에 부과된 독자적인 역할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특히 각 지역과의 FTA 체결에서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발 앞서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약력 ▦58년 도쿄 출생 ▦81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87년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 ▦90년 장은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 ▦95년 예일대 국제경제학 석사 ▦98년 와세다대 대학원 상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98년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2003년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ㆍ교양학부 교수 ▦2006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 ▦주요 저서: '한국 선진국경제론' '경제개발과 민간자본:동아시아의 경험과 시사점' '일본에서 본 동아시아 협력의 의의' '동아시아 지속적 고성장의 조건(공저)' 등 ▦외환심의회 심의위원, 내각부 재정경제자문위원회 글로벌비전그룹, 동아시아공동체평의회 위원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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