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는 지난 25일 배럴당 41.99달러로 24년 만의 최고치를 사흘 연속 갈아치웠다. 사상 최고가인 지난 80년 11월24일의 42.25달러를 경신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유종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25일 현재 배럴당 49.70달러, 51.00달러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초 예상치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자 세계 석유시장의 이목은 다음달 16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에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올 연말까지 배럴당 40~5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OPEC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 한차례 생산쿼터 감축에 나설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이 경우 지난해 30달러대와 40달러대를 보였던 두바이유와 WTI는 1년 만에 40달러대, 50달러대로 가격이 한단계 또 상승,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산유국이들이 감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ㆍ인도 등을 중심으로 석유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달러약세로 석유판매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통화로 달러를 쓰는 산유국들의 입장에서 보면 연초 대비 유가가 20% 가까이 올랐으나 달러 가치도 10% 이상 떨어져 고유가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고유가를 선호하는 알 나이미 장관의 말이 전해지자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유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며 “현재 유가수준에 대해 조금도 만족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집행위원도 이날 “현재 시점에서 고유가를 예상하는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며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라나라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대목은 최근 원화환율이 급락, 아직까지는 고유가 부담을 많이 상쇄시키고 있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조용호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장은 “유가가 과거 오일쇼크 수준에 육박해 있으나 환율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수급에도 별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OPEC의 추가 감산시 유가가 한계단 상승, 세계경제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