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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서 산업으로](주)제미로 설도윤 공동대표

"공연분야도 펀딩적극 나서볼만"빽빽한 스케줄 수첩을 기대했지만 그의 책상 위엔 모니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얘(컴퓨터)가 정리해 주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죠'라며 멋적게 웃는 설도윤(42)제미로 공동대표는 오전 8시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오후 3시경까지 이미 다섯 차례의 모임을 마친 상태였다. 올해 초부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제미로의 공동대표를 맡은 설도윤씨는 공연 프로듀서로 나선 91년 이후에는 집에서 식사할 기회가 고작 일년에 서너 차례 뿐이라는 설 대표는 다시 출국할 준비로 바쁘다고 한다. 공연을 앞둔 '오페라의 유령(이하 유령)'점검 때문인가 싶었지만 차기 작 헌팅을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제 유일한 꿈이었죠. 그런데 뮤지컬을 하다 보니 저는 늘 가난했고 자연 열악하고 주먹구구식인 제작 시스템에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언제까지 집 팔아 공연을 하고 눈치 봐가며 협찬을 구해야 합니까. 왜 이런 게 없을까, 이런 일을 해 보자 하다 자연스레 프로듀서가 됐습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연극반 활동을 통해 극 예술에 입문한 뒤 육완순 이대 무용과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무용을 사사 받아 뮤지컬 배우로서의 발판을 닦았다. 80년대 거의 유일했던 남자 무용수로 무대를 누볐지만 돌아오는 건 연봉 10여 만원에 불과한 가난한 삶이었다. 하지만 설 대표는 남들처럼 전업 혹은 부업을 택하는 대신 공연 내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문제는 체계적이지 못한 제작 환경에 기인한다는 게 자연스럽게 터득한 결론. 광고효과를 위한 협찬이 아니라 투자자를 통해 펀드를 조성, 자금을 모으고 배당하는 '브로드웨이 방식'은 이런 과정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설 대표는 자신을 '공연계에 투자 자금을 끌어들인 최초의 인물'로 꼽는다. 그가 제작한 세 번째 뮤지컬인 '쇼 코메디(94년)'가 '프로젝트 파이낸싱(공연별로 투자 펀드를 모집, 이익금을 배당해 가는 방식) '을 실시한 첫 공연이다. 당시 2억원을 투자한 업체는 순매출의 35% 내외를 단발에 거두어 갔다. 안정적인 자금 환경이 마련되고 나자 그의 관심은 제작 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95년 삼성영상 사업단이 20억원을 지불하고 들여 온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이런 취지를 담고 있었다. '.42번가'는 총 23억원의 매출을 거둘 정도로 호평을 받았지만 공연계 전체의 따가운 시선을 계속 감수해야 했다. 외화 낭비다, 한 곳으로 투자가 몰리면 다른 데는 어쩌란 말이냐 등 비난의 목소리는 참으로 거셌다. "당시 기술 스텝이 함께 내한했죠. 이들이 우리 스텝과 작업하면서 선진국의 컨텐츠를 전수받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현재의 뮤지컬 붐이 그런 씨뿌리기 없이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다른 성과도 있다. 가능성 있는 아시아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제작 파트너를 찾던 RUG(The Really Useful Group)가 '.42번가'를 성공시킨 '미스터 설'을 그 적격자로 지목한 것. 조건은 50대 50을 요구하던 전과는 달리 멕시코 수준으로 좋아졌다. 제작을 담당할 ㈜제미로는 동양제과(35%) 하나로통신(35%) SBSi 도레미레코드 등이 참여해 설립한 뮤지컬-영화-음반 전문 엔터테인먼트 기업. 설대표는 '유령'을 계기로 이 기획사에 참여하게 됐다. "'유령'을 위해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연출 안무 테크니컬 디렉터 등)이 모두 내한합니다. 그들이 오랜 기간 완성한 생산성 있는 제작 노하우와 마케팅 전략이 고스란히 저희 것이 돼 가고 있죠" 아직 '유령'이 시작되지 않았건만 자리에 앉기 전부터 그가 꺼낸 이야기는 차기작에 관해서 였다. 애초에 RUG가 권했던 '캐츠'를 비롯, '선셋 불르바드''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등 귀익은 공연 명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작품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2005년까지 매해 한 번씩 메이저 뮤지컬을 올릴 겁니다. 그 사이 공연장을 지어야죠. 확정된 건 아니지만 서울 시내 구민회관을 계약, 탈바꿈시키는 방안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 쯤에야 국내 시장의 뮤지컬 인지도와 세계 시장에서의 국내 평가가 일정 수준으로 무르익을 것 같습니다. 창작 뮤지컬은 그 때 할 겁니다. 해외 프로듀서들이 수입하고 싶어하도록 애초에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공연 프로듀서가 필요하다'며 그가 말을 맺었다. '과연 할 수 있겠느냐'로 시작된 '유령'에 대한 일각의 평가는 현재 '해 봐야 얼마나 벌겠느냐'수준으로 일정 이상 개선(?)돼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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