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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은 소통에서] <중> 대기업 때리면 양극화 해소?

'마녀 사냥식' 책임 전가… 중견기업→대기업 성장 가로막아<br>양극화는 여러요인 복합 '성장통' 대기업 과실 만으로는 해결 안돼<br>포퓰리즘 띤 일회성 이벤트 아닌 꾸준한 사회적 합의·토론 거쳐야



"대기업을 때린다고 양극화가 해소될까요. 오히려 대기업이 되면 '저렇게 욕을 먹는구나' 라는 인식만 확산시킬 뿐입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대기업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선순환 구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나 정책을 보면 극단적이다. 우선 대기업이 고환율 과실을 다 누리는 등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을(乙)'이 죽는다며 '을사조약'으로 비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는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모 그룹의 한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의 한 중심에 왜 대기업이 있어야 하냐"며 "결국 공정사회ㆍ동반성장 등을 강조하는 것도 대기업을 때려 무엇인가를 얻어보겠다는 다른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경제학자들도 이 같은 인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양극화는 여러 요인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대기업이 과실을 나눠준다고 양극화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양극화는 여러 요인이 결합된 산물이다. 비정규직 문제부터 경제력 집중, 실업난, 높은 부동산 가격, 과다한 사교육비 등 여러 문제점이 중첩되면서 고착화된 '한국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만약 대기업이 모든 이익을 동반성장을 위해 쓴다고 양극화가 해소되겠느냐"며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감수하고 여러 복지정책을 도입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대기업의 산업독점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 역시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지 이를 대기업의 '탐욕'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뛰어난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승승장구하면서 대기업이 될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간과돼 있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십년 동안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 된 곳은 NHN과 STX그룹 정도가 고작"이라며 "이는 대기업의 독점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동반성장을 통해 누가 과실을 얻느냐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중소기업 오너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빈한하지만 반대로 오너는 대기업 오너 못지 않은 부를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의 과실 분배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A사에 근무하는 모 과장은 "현대차가 잘 나가면서 회사도 매출이 커지고 성장했다"며 "하지만 그 과실이 오너에게만 가고 정작 근로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오너 과실이 근로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동반성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때리기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 프로젝트도 역대 정부 때마다 있어왔다. 겉으로는 동반성장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돼왔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군기잡기의 성격이 강했다. 또 재벌집단을 규제해야 '정부가 일을 하는구나' 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려 표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상투적인 방식이 포퓰리즘을 띤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게 된다는 데 있다. 정작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안들은 대기업 때리기에 묻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겨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단적인 예로 MB 정부가 최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대기업 때리기 등 눈에 보이는 것만 하다 보니 실제 필요한 정책을 내실 있게 만들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동반성장ㆍ공정사회 등 양극화 해소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거쳐 꾸준히 추진돼야 비로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 시점에서 양극화 해소를 앞세워 실속 없는 대기업 때리기와 같은 상황을 재연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매 정권 반복되는 대기업 수난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를 꺾어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장대홍 한림대학교 교수는 "동반성장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책적으로 실현하려는 시도는 커다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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