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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 갔다온 아랍인집 쿠르드인 장악

이라크전 전후 부작용으로 거론됐던 인종간 갈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철권통치 아래 고향을 떠나 강제이주 조치를 당했던 수많은 아랍인과 쿠르드인 등 이라크내 종족들이 전후 혼란상을 틈타 저마다 자신의 거주권을 주장하면서 자칫 내전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21일 보도한 아랍계 아브드 알리 하미드 일가의 어려움은 이 같은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향 바스라를 떠나 10년 넘게 이라크 북부 유전도시 키르쿠크 동쪽 외곽에 정착해 살아온 하미드(60)씨 가족 11명은 최근 미군의 점령을 전후해 갑자기 집없는 노숙자 신세가 됐다. 미군의 키르쿠크 공습을 피해 잠시 떠난 사이 쿠르드인들이 집을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총부리를 들이대며 “당신들은 이곳 출신이 아니니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위협하는 쿠르드인들에게 읍소는 소용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인근 친척집에 얹혀 지내고 있지만 하미드씨는 “결국 아랍인 모두가 쫓겨나게 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봉변을 당한 아랍인들은 하미드 일가뿐이 아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쿠르드 민병대가 미군과 함께 10일께 키르쿠크 남부를 장악한 뒤 지금까지 4개 마을에서 2,000여 명의 아랍인이 추방당했고 최근 같은 현상이 100만 명이 거주중인 도시 내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혼란의 원인 제공자이자 치안 책임자인 미군은 속수무책이다. 173공수여단이 최근 사태 진정을 위해 키르쿠크 남동부 아랍인 거주지역에 진주했으나 상황을 진정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현재 미군은 “강제 추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내세울 뿐 병력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쫓고 쫓겨나는 이들의 팽팽한 논리는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의 탄압으로 30년 넘게 기죽어 지내왔던 쿠르드인들은 북부 난민촌으로 쫓겨갔던 사람들에게 살 집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신들 역시 후세인 정권의 이주정책으로 어쩔 수 없이 옮겨왔다는 남부 출신 아랍인들은 전 정권이 발행한 소유증명서를 흔들며 “이제는 돌아갈 곳도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키르쿠크 지역 쿠르드민주당 대표 케말 케르쿠키는 이날 “아랍인들은 돌아가야 하지만 폭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휴먼라이트워치 관계자는 “전후의 혼란상에서 사태를 방치할 경우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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