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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빅딜과 경제월남전
입력1999-03-02 00:00:00
수정
1999.03.02 00:00:00
며칠전 오래간만에 만난 어떤 친구가 느닷없이『이번 재벌들의 빅딜에서 수지맞는 재벌이 누구냐?』는 질문을 해 왔다. 『현대냐, 삼성이냐?』고 했을 때 얼른 대답을 못했다. 어느 재벌이건 수지 맞는다고 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지 못해 당해서 끌려가는 표정들을 짓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그러면서 이들이 벌이는 흥정은 늘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안(事案)으로 보면, 천하장사 씨름판에서 잔뜩 샅바를 움켜쥔 장사들 처럼 박진감이 있을 법하다. 한동안 정부만이 빨리 끝내지 않는다고 성화였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력의 낭비를 걱정하는 상태로 1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단몸으로 붙는다면 어느 순간 싱겁게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일이 경과하면서 엄청난 재산상 이해관계와 사업권을 둘러싼 재벌간의 갈등과 반목으로, 수 만명 종업원들의 운명과 협력업체 사활(死活)에 관련하여 노동쟁의와 지역감정의 정치문제로까지 확대되어 버렸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그의 신문칼럼에서 「김대중정부의 경제월남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요즈음 빅딜이 월남전의 모습을 점점 짙게 띠어가고 있다. 원래 무리하게 시작된 사업이라 일은 갈수록 꼬이기만 한다. 정부가 나서서 맺힌 매듭 하나를 풀면 예상치 못했던 매듭들이 여럿 불거져 나온다. 그러는 사이에 정부는 수렁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서 빠져 나오기가 그만큼 힘들게 된다. 당사자들인 재벌들이나 정부나 진퇴양난이다.』
『빅딜과 같은 기업합병은 일차적으로 남는 인력과 비효률적인 시설을 감축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정부는 빅딜로 인한 인력감축도 시설의 폐쇄도 없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빅딜을 왜 하는가.』
「수지 맞는다」는 재벌도 없고, 과잉중복 투자도 시정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빅딜을 감행해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문제는 정부의 체면과 되돌릴 수 있는 명분이다. 정부로서는 이미 「귀환 불능점」을 넘어버렸다는 판단들이다.
그렇지만『월남전에서 미국정부는 사태를 직시하고는 미군철수를 단행하지 않았느냐, 철수도 용기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만일 자율적인 해결이 끝까지 지지부진할 경우, 정부로서는 타의(他意)로 밀어붙여 결말을 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현명한 결정이냐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강압적 타의는 항상 두고두고 말썽이었다.
윤원배(尹源培)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미국에서『금감위로선 처음 재벌들의 빅딜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재벌들이 스스로 합의됐다고 해서 정치권이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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