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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가을모기


사람 가까이 존재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동물, 바로 모기다. 몸길이는 16㎜ 안팎, 몸무게도 몇㎎에 불과하지만 말라리아 등 질병을 퍼뜨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존재다. 여름밤에는 '엥'하는 소리로 밤잠을 설치게 하는 귀찮은 생명체이기도 하다. 모기 잡으려다가 오히려 자기 뺨을 때린 경험도 종종 있다. 오죽했으면 다산 정약용 선생마저도 '모깃소리가 귓가에 들릴 때면 간장이 서늘하고 기가 막혀서 오장이 죄어들고 끓어오른다'고 했을까.

하지만 모기 때문에 덕을 본 이도 있다. 1791년 카리브 해의 프랑스 식민지 아이티에서 흑인 노예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3만명의 진압군을 파견했지만 2만7,000명의 목숨만 잃었다. 대표적인 모기 전염병인 황열병이 돌았기 때문. 내성을 지닌 아이티인들은 멀쩡했지만 낯선 환경을 만난 프랑스군은 견디지 못했다. 결국 프랑스는 철수를 결정했고 아이티는 1804년 그리던 독립을 얻었다.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손에 넣은 것도 모기의 공이었다. 파나마 운하 건설은 프랑스가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장소가 습지였기에 모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2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프랑스는 결국 운하건설을 포기했다. 프랑스가 떠나자 운하에 관심이 있었던 미국은 대대적 모기 박멸작업을 벌인 후 1906년부터 운하 건설에 다시 착수해 7년 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배를 통과시켰다.

'모기 아래턱이 돌아간다'는 처서도 훌쩍 지나 완연한 가을이 됐건만 이 해충의 위세는 꺾일 기색이 안 보인다. 최근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모기향·살충제 같은 퇴치제와 퇴치기의 판매가 최고 7배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하기야 지구 온난화로 예전보다 따뜻한 날씨가 많아지고 난방까지 지나치게 잘돼 가을모기는 물론 겨울모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요즘이다. 그저 계절과 모기의 속성을 바꿔놓은 인간을 탓할 일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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