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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할부가 가계부채 주범"… 카드업계서도 폐지론 고개

2년 연속 10조이상 증가… 올해말 87조 넘을듯<br>과당경쟁으로 3개월은 일상화… 12개월까지도<br>"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역풍 우려 서로 눈치만


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세탁기를 새로 장만하려고 집 근처 전자매장을 찾았다. 제품을 고른 이씨는 특정카드로 결제하면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는 말에 주로 사용하는 카드도 아닌 '서브 카드'로 결제를 했다. 통장잔액이 넉넉해 일시불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자비용도 없고 해서 6개월 할부를 선택했다. 신용카드 할부결제가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내부에서조차 할부결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곧 나올 금융 당국의 신용카드 대책에 카드 빚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겠지만 카드 빚에 대한 무감각함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할부결제 급증을 부르는 최대 원인인 무이자 할부 서비스 자체를 대폭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할부는 결제월에 지급이 완료되는 일시불 결제와 달리 수개월간 부채로 남아 있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힌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카드로 할부결제한 금액은 6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평균 21조8,000억원이 발생한 셈이니 연말께면 87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할부결제금액은 2년 연속 연간 10조원이 넘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결제된 할부금액은 76조7,000억원으로 전년(66조7,000억원)에 비해 10조원이 늘면서 2003년 카드대란 당시(72조8,000억원)를 넘어섰다. 할부결제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데는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 영향이 크다. 현재 카드사들은 대형마트ㆍ전자매장ㆍ홈쇼핑ㆍ인터넷쇼핑몰 등에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대형가맹점이다. 그만큼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자비용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지급여력이 있어도 일시불보다는 무이자 할부결제를 선호한다. 대형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할부결제 금액이 카드대란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은 과당경쟁이 위험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심에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할부결제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프로모션 현황을 보면 3개월 무이자는 다반사가 됐고 12개월 무이자도 자주 목격된다. 무이자 할부를 선택하게 되면 일시불로 결제할 때보다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카드업계 내부에서조차 무이자 할부 서비스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훼손을 보전하기 위해 무이자 할부에 대해 포인트 무(無)적립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제도자체에 손질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이야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 폐지해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거둬들일 경우 마케팅 경쟁에서 치명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여론의 역풍도 강하게 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전업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에 마케팅비용으로 반영되고 이는 수수료 전반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무이자 할부의 폐해를 잘 알고 있지만 소비자나 가맹점의 반발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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