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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깜짝 금리인하 이후 김중수 총재의 과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일 인도 델리에서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는 굉장히 큰 것"이라며 "이제는 네(정부) 차례"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이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날 금통위는 6대1의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0.25% 내렸다. 7개월 만에 단행된 깜짝 금리인하다.

우리는 이번 금리인하가 늦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본다. 금리인하 효과가 예전만 못한 환경이기는 하나 때마침 국회를 통과한 17조원짜리 추경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불거진 재정ㆍ통화정책의 혼선을 해소하고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낸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됐다. 금리인하가 선제적 경기대응이라기보다 외부 압력에 떠밀린 꼴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경기전망은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4월과 달라진 점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 총재가 금리를 내린 첫번째 배경으로 추경효과 극대화를 꼽은 것은 군색해 보인다. 김 총재의 발언대로라면 최근 한달 동안 벌어진 정부와 한은의 불협화음을 설명할 길이 없다. 더군다나 금리인하 타이밍도 한 박자 늦었다. 진작에 내렸다면 정부와의 갈등이나 시장 소통부재라는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았을 터이다. 김 총재가 금리동결을 그토록 강력히 시사해놓고 이번에 인하에 찬성한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좌회전 깜박이를 넣고 우회전했다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한은은 이번 금리인하를 시장과의 간극을 좁혀 정책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는 김 총재의 책임이 무겁다. 시장의 불신이 계속 쌓여 통화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 한은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한은의 정책 중립성을 존중해야겠지만 '이번에는 당신 차례'라는 식의 핑퐁게임도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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