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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토플러 부부가 제시한 반전쟁 패러다임

■전쟁 반전쟁(앨빈 토플러ㆍ하이디 토플러 지음, 청림출판 펴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70년도 채 되지 않은 세월 동안 인류는 얼마나 많은 전쟁을 겪었는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스라엘 전쟁, 걸프전,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그리고 올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이집트와 리비아 내전까지 인류가 평화로웠던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미래 쇼크',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을 통해 지구촌의 내일을 특유의 통찰력으로 파헤쳐 온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부인 하이디 토플러와 공동 저술해 지난 1993년 출간한 '전쟁 반전쟁'(War and Anti-War)이 최근 다시 번역돼 새롭게 나왔다. 앨빈 토플러의 대표적인 사상은 제1물결(농업경제), 제2물결(산업경제), 그리고 제3물결(지식경제)로 대변되는 물결 이론이다. 그는 제1물결과 제2물결이 충돌한 전쟁으로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전쟁을 꼽는다. 철저히 제2물결 세계에 적합하게 조직된 미국 군대는 지나친 관료주의에 젖어 있었고, 하부 조직간 알력이 심했다. 베트남군이 미군과 같은 제2물결 방식으로 전쟁을 치렀다면 승리의 여신은 미군에게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글에서 치러진 제1물결 방식의 전쟁에 대해 미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제2물결과 제3물결이 충돌한 전쟁으로는 걸프전을 예로 든다. 이라크군은 전형적인 제2물결 시대의 단순한 군사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연합군은 미사일 등 지식경제 기반의 최첨단 무기로 공격했다. 토플러는 "동물적인 힘이 중시되는 경제에서 두뇌의 힘이 중시되는 경제로 변환되면서 두뇌력의 전쟁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문명 간의 충돌이 전쟁으로 이어지거나 경제 혼돈의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토플러는 '전쟁'과 '반전쟁'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전쟁은 연설ㆍ기도ㆍ시위ㆍ행진 등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전쟁 발발을 제한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정치인이나 군인들의 행동에 의해서도 이뤄지며 어쩌면 후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토플러는 "군사력ㆍ경제력ㆍ정보력 등을 전략적으로 동원해 세계적인 대변혁의 시기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력과 충돌을 줄여 반전쟁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쟁에 대한 토플러의 시각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에게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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