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최근 들어 연내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합의에 이은 개성공단 재가동 돌입 등으로 긴 경색 국면을 깨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이산상봉 행사 연기에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까지 미루겠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시계 제로'의 상황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남북관계 성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언급과 국가정보원의 통합진보당 수사 등을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세운 이런 이유는 표면적일 뿐,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겠다는 정략적인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자회담 문재와 관련,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북측 제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꿈적도 하지 않고 있고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금강산관광까지 밀어붙이려던 자신들의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국면을 전환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우리 측 이산가족 상봉단의 숙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한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 국면에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겠나"라며 "숙소 문제는 실무적인 문제라 그것 때문에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하루 이틀 연기되더라도 상봉 행사는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통일부의 류길재 장관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측 의도를 분석하고 우리 측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행사 준비를 위해 지난 20일 금강산을 찾은 선발대와 시설 점검 인원 등의 철수 여부도 곧 결정할 방침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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