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GS건설에 이어 또 다시 ‘어닝쇼크’를 일으켰다.
해외 사업 저가수주로 인한 대규모 손실 때문으로 건설업계는 물론 조선ㆍ중공업 등 해외수주 기반 산업계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6일 1ㆍ4분기 영업 잠정 실적공시를 통해 매출 2조5,159억원, 영업손실 2,198억원, 순손실 1,8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5%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올 1분기 약 1,5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시장전망을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이날 실적이 발표되기 전 마감된 장에서 전일 대비 2.85% 하락했다. 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회사측은 실적악화 이유로 새로 진입한 선진시장에서 사업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미리 경험하지 못했던 리스크 요인이 발생해 일부 프로젝트의 원가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화사 한 관계자는 “올해 완료되는 미국 다우케미칼의 염소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의 철강 프로젝트에서 3,000여억원의 추가비용 발생이 예상된다”며 “추가원가에 대해서는 사업주측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손실충당금을 미리 반영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언급한 두 사업은 현재 삼성그룹 차원에서 적합한 경영행위였는지에 대한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쇼크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해외수주 기반 기업들의 해외 사업장 전반에 걸쳐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GS건설의 경우 중동 지역에 한정돼 문제가 발생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이외에도 미국 지역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업료를 냈다는 측면에서 실적부진의 원인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건설ㆍ조선ㆍ중공업 등 대형 수주 중심 업종들의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세계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닌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이어 대기업발 악재가 터지면서 시장에서는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고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대규모 리콜, STX그룹의 재무위기, GS건설의 어닝쇼크, 만도의 유상증자, 삼성엔지니어링의 또 다른 어닝쇼크 등 시장의 신뢰를 져버리는 대기업발 악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타자는 또 누구냐”를 놓고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리포트 발표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문제라면 시장에서 도려내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 스스로 시장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다”며 “북한 리스크 등으로 가뜩이나 글로벌 증시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한국 주식시장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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