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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2일] 건강 해치는 술 규제 완화

시인 조지훈 선생은 술을 취미로 맛보는 주도(酒道) 1단부터 술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열반주(涅槃酒)까지 9단으로 분류한 바 있다. 술을 보아 즐겁기는 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관주(關酒)라 하여 주도 8단이라 했으나 사실 이 8단은 없다고 봐야 맞다. 관주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은 삼킬 힘만 있어도 술을 마시기 때문에 관주와 열반주는 같은 급수라고 할 것이다. 술의 속성은 마시는 사람이 죽는 줄 모르고 마신다는 점이다. 공공질서 범죄에는 마약ㆍ매춘과 더불어 주정(酒酊)이 연관된 경우가 많다. 술로 인한 가정폭력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75%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평소에는 조용한데 술만 마시면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는 가정폭력 피해 주부들의 하소연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체·사회적 장애 초래하는 음주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일부 피감기관 직원들의 징계사유의 절반 이상이 음주운전이라 사실은 알코올 남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보여준다. 이 사람인들 술 무서운 줄 몰랐을까. 음주운전이 저승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핸들을 잡지 않았는가. 천하명주라는 이름으로, 전통 민속주라는 명목으로 홀짝 홀짝 마신 술 때문에 망친 인생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술 때문에 풍비박산난 가정 또한 얼마나 많을 것인가? 가성소다를 넣은 막걸리,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카바이트를 넣은 막걸리 등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술'이 여러 사람의 목으로 넘어갔다. 아스파탐이 두통을 유발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막걸리에는 아스파탐이 들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까다로운 술 규제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규제를 푼다는 데야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음주 습관의 경우 일단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 통제하지 못하고 폭음의 길로 가기 십상이다. 술을 남용하게 되면 어느 시점에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와 같이 술이 사람을 먹는 형국이 된다. 금주를 위해 반복적인 노력을 하지만 술을 통제하는 것이 그리도 쉽던가. 일단 술을 입에 댔다 하면 최소 이틀 이상 하루 종일 취해 있는 경우도 많고 주변에는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말하는 음주와 연관된 기억 장애를 보이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회적 국가적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각한 신체 질환이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우도 많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병을 껴안고 사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간 질환은 과다한 음주 때문이며 국내에서 간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음주가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평소에 점잖은 사람이 술만 먹으면 사무실을 뒤엎고 상급자에 폭언을 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정부가 주류 규제를 완화하여 전통술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양조업 면허 조건을 완화하고 유통망이 취약한 전통주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제조자가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술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간암에 걸릴 기회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규제를 푼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술 산업 진입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부분의 전통주 양조업자들은 한계 기업이다. 이러한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은 단기간에 술시장을 평정하고 영세 양조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전통주 육성 오히려 毒될수도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류 산업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는 전통주 육성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술 산업의 규제완화가 영세 주류제조업자를 도산시킨 사례가 있다. 무엇보다 술이 국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과 폐해를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전통주 진흥의 그늘에서 알코올 남용에 따른 국민 고통이 촉진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나서 엄청난 폐해를 잉태하고 있는 술에 대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과연 경쟁의 촉진이고 국가경쟁력 강화의 진정한 방향인지 반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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