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형BW 발행 허용으로 상품 늘며 투자기회 확대
투기등급 코스닥기업 채권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아
수익률·위험도 꼼꼼히 따져야
초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자닌(Mezzanine) 펀드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메자닌펀드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이 섞인 상품에 투자하는 상품. 대부분 주식으로 바꾸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한다. 하지만, 그동안 폐쇄형 사모상품으로만 출시된데다가 1억원 이상의 최소가입금액 탓에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지난 7월 공모방식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발행이 2년여 만에 재개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2013년 9월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된 이후 CB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메자닌 전체 발행량은 급감했다. 2009~2013년 연평균 2조원에 달했던 BW 발행액은 지난해와 올해 1,200억원에 그쳤다. 메자닌펀드에 편입시킬 기초자산이 그만큼 줄어들자, 상품을 만들어 팔기에는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분리형BW 허용에 공모상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마땅히 투자할 곳을 못 찾았던 초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조차 '없어서 투자 못했던 상품'으로 불리며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는 신뢰도 생겼다. 일부 자산운용사에 한정된 상품 공급처도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들이 메자닌 상품을 내놓으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선택권도 넓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메자닌펀드는 주식보다는 위험이 낮고 채권보다는 기대 수익이 높은 말 그대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며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수익 매력과 안정성이 겸비된 상품으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중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기에는 불안하고 금리가 1%대 수준인 은행에 돈을 맡기기는 싫은 투자자들이 일찍부터 눈독을 들여온 상품이 있다. 말 그대로 중위험·중수익을 내건 메자닌펀드. 메자닌(Mezzanine)은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중간층을 뜻한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갖췄다는 뜻에서 메자닌이라는 이름이 붙은 셈이다. 즉,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해당한다. 안정적인 채권 이자수익은 기본으로 올리면서도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으로 바꿔 추가 수익을 얻는다.
20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KFR)에 따르면 연초 4,389억원이었던 국내 공사모형 메자닌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6,100억원으로 38.9%증가했다. 급증하는 설정액과 달리 대부분의 상품이 49명 미만의 폐쇄형 사모펀드로 3년간 자금을 환매할 수 없고 가입기간도 정해져 있어 일반 투자자의 접근은 어려웠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 7월부터 공모방식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발행이 재개되면서부터다. 분리형 BW는 회사채와 기업 주식을 따로 거래해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최대주주가 헐값에 지분을 인수한다는 비판 때문에 2013년 9월 발행이 금지됐다. 지난 7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다시 분리형 BW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최근 3년 사이 메자닌펀드의 인기는 높아졌는데 분리형BW 발행이 금지되자 편입시킬 기초자산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즉, 상품을 만들어 팔기에 제약이 따른 것인데, 분리형BW가 다시 허용되자 공모상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공모형 메자닌 상품은 HDC자산운용이 운영하는 HDC메자닌 상품이 유일했으나 지난 6월 KDB대우증권(006800)이 'LS라이노스 메자닌 분리과세 하이일드'를 선보였다. LS라오노스 펀드는 출시 한 달 만에 180억원을 끌어모았고, 현재 설정액이 34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일부 초고액자산가들의 점유물로만 인식돼던 메자닌펀드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상품 공급자들이 많아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메자닌펀드 시장은 KTB자산운용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KTB메자닌 펀드는 지난 2005년 국내 최초의 메자닌펀드로 출범한 이후 연간 수익률이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는 불패신화를 써 오고 있다. 지난 1월 10년간 약 60여 개에 달하는 KTB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 운용을 맡아 왔던 선형렬 전 KTB자산운용 이사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그는 지난 5월 국내 최초의 메자닌 전문자문사인 에이원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설립 후 현대자산운용에 자문형태로 내놓은 메자닌 펀드의 판매액이 한 달만에 1,000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달 이후 판매에 들어간 새로운 펀드 역시 1,000억원 가까이 팔렸다. 옛 우리투자증권 IB출신의 박지훈 히스토리투자자문 대표도 자문사를 설립했고, 그동안 기관 상대로 메자닌 투자를 주선해왔던 시너지투자자문도 골든브릿지자산운용에 자문형태로 펀드를 내놓고 시장에 참여했다. 한국채권투자자문은 아예 일임형으로 메자닌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메자닌을 취급하는 자문사가 많아지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도 메자닌 자문형랩을 만드는 데 유리해졌다. 분리형BW 발행 재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용이해지자 증권사들 역시 잇따라 랩어카운트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선제적으로 나섰고, 유진투자증권(001200), 대신증권(003540)도 동참했다. 기존 사모펀드로만 한정됐던 메자닌 투자법이 공모펀드에 이어 자문사 투자일임에 증권사 랩상품까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우량 기업이 아니라 신용평가사에서 투기 등급을 매긴 코스닥시장의 작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이 주요 투자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맹신은 금물이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메자닌펀드에 편입된 비우량 코스닥 기업의 경우 10개 중 2, 3개는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증권사별, 자문사별 메자닌의 수익별과 위험도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랩' 수수료 적고 비과세 혜택… '투자일임형'은 최소 가입금액 낮아 송종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