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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
입력1999-06-09 00:00:00
수정
1999.06.09 00:00:00
지난 일요일 가족과 함께 교외에 나가 있던 중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현충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잠시동안 묵념을 했다.그날 저녁시간에는 TV방송을 통해 한 부모가 6·25 때 전사한 아들에게 마치 살아 있을 때처럼 지금까지 200여통의 편지를 써 보냈다는 가슴 저미는 사연이 소개되었다. 이렇듯 나라를 지키다 희생한 사람들의 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을 보면서, 우리 나라가 비록 환란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기는 하지만지금 이 만큼이라도 살고 있다는 것은 이 분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라 하여 우리의 현충일처럼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기념일로 보낸다. 특히 1990년부터 매년 이날 저녁에 워싱턴 국회의사당 서쪽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기념음악회(NATIONAL MEMORIAL DAY'S CONCERT)는 미국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아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으며 올해도 역시 워싱턴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주도로 성황리에 치러졌다고 한다.
이 메모리얼데이는 남북전쟁 이후 양쪽의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게다가 미국 역사라는 것이 전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지금까지도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쟁에 직접 관여를 하고 있는 터라 6·25와 월남전 이후에는 전상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 나라와는 현충일을 기념하는 방법이나 국민의 참여정도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현충일의 모습은 너무 했다는 감이 든다.
현충일과 일요일이 겹친 탓인지, 국내의 각 일간지들은 현충일의 뜻을 되새길 수 있는 지면의 할애에 다소 인색했던 것 같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각자의 당면한 문제가 더 절실한 탓인지 현충일의 참 뜻을 기리는데 소홀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디 나 뿐이랴.
필자가 속한 새문안 로터리클럽은 우리 나라의 마에스트로 한 분이 정식 송리더(SONG LEADER)이지만, 공식 연주일정이 너무 바빠서 음악에 별 재주가 없는 필자가 가끔 땜질을 한다. 『호국보훈의 달』인 이번 주 모임에서는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라는 가곡을 부르며 나라를 위해 몸바친 분들의 넋을 기리고 국립묘지의 행사가 모든 것인양 지나치기 쉬운 현충일의 참뜻을 우리 로터리인들과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JWKIM10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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