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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 한반도 운명의 파수꾼 돼야


19세기 후반 청나라의 외교관 황준헌은 '조선책략'에서 조선에 대해 '지붕이 불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처마 밑에서 즐겁게 지저귀는 제비와 같다'고 묘사했다. 나라 밖의 일에 무시ㆍ무지로 일관했던 조선이 국권을 상실한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우리 역사의 비운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을 던졌다. 나라 밖 일에 늘 긴장하고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관리해 우리 운명의 파수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ㆍ안보ㆍ국방이 중요한 이유다.

중국과 실질적 전략대화 채널 가동

내년은 한미동맹 60년을 맞는 해다. 한국전쟁 이후 한미동맹은 안보ㆍ국방의 주축으로 기능해왔고 한반도가 통일되는 그날까지 전쟁 억지의 핵심장치로 작동해야 한다.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연합사 재편 등은 전쟁 억지라는 대전제하에서 추진해야 한다. 한미 간 미사일 지침, 원자력협정도 21세기 변화된 국제 정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의ㆍ조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부상은 21세기 초반 국제 정치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우리의 대중(對中) 외교는 당연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도전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중 간에는 이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설정돼 있다. 그러나 수교 20년을 맞은 올해까지도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은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 체제의 가변성, 핵, 개혁ㆍ개방 등 북한 변수에 대한 한중 간 전략적 협력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전략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대화 재개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자. 정상 간, 장관급 혹은 실무자 간 대화 재개를 통해 남과 북의 요구를 협상하고 한반도 평화ㆍ번영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우리는 섬 아닌 섬나라로 살고 있다.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시작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육로로 연결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내년은 한반도 정전 체제 6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항구적인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들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타결된 9ㆍ19합의, 2007년 남북 정상 간 10ㆍ4선언에 담긴 합의 내용들이 논의의 출발이 될 수 있고 가능한 조치들을 이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새 해상경계선이 합의될 때까지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수호하되 10ㆍ4선언에서 합의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포함된 공동어로수역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철도ㆍ공동어로수역 추진을

우리의 역사와 지정학은 우리가 나라 밖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적극 활용할 것을 요구한다. 21세기 국제관계에서는 영토보다 영역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경제ㆍ문화ㆍ과학기술이 전세계로 진출해 우리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세계와 우리에게 이로운 일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공적개발원조(ODA)ㆍ공공외교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성공적으로 결합된 '코리아 모델'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 이를 전세계에 알리는 것도 우리의 영역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어느 국가도 우리를 위협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안보국방의 일이고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외교통일의 일이다. 우리는 19세기 안보국방ㆍ외교통일에 실패해 20세기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새 정부는 안보국방ㆍ외교통일을 굳건히 세워 나라 밖의 일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우리의 영역을 넓혀가는 21세기를 열어가야 한다.

이호철 한국국제정치학회장ㆍ인천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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