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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15일 국내 증시는 일본 원전 폭발 공포로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매양상을 보이면서 하루 등락폭이 무려 103포인트에 달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증시 전망을 하는 것이 무의미한 만큼 일본 원전 폭발에 따른 피해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섣부른 매매에 나서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31포인트(2.40%) 급락한 1,923.92로 마감됐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지수가 한 때 14포인트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4호기의 폭발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외국인들은 현물에서 2,229억원, 선물에서 6,569억원 내다 팔면서 장을 끌어내렸다. 오후 한때 코스피지수는 89.14포인트 하락한 1,882.09까지 곤두박질 치면서 1,900선 아래로 밀려나기도 했다. 장 막판 연기금(1,393억원)과 투신(1,698억원)의 순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며 코스피지수가 간신히 1,920을 지키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은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증시 상황을 보며 온 종일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이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가세하면서 증시가 심하게 흔들렸다. 장 개장 이후“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이어 4호기도 수소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으로 공포심리가 확산되며 코스피지수는 1,900포인트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후 1시경‘후쿠시마 제2원전도 폭발’, ‘바람 방향이 한국 쪽으로 바뀌어 오후 4시 이후 한국에 도달’, ‘바깥출입 금지’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돌면서 코스피지수는 1,882.09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도시에서 발생한 첫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인데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공포를 자극해 투매 양상이 빚어졌다”며 “일본정부가 정보 제공을 솔직하게 하지 않는 등 정보 전달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가운데 부정적인 소식이 쏟아지며 투자심리가 더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장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1,920선을 회복하게 만든 1등 공신은 투신과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었다. 오후 한 때 121억원 넘는 누적 순매도를 보이기도 했던 연기금은 오후 2시부터 갑작스럽게 매수로 돌아서며 이날 1,391억원을 순매수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며 투자 여력이 생긴 투신도 장 후반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기회 삼아 총 1,692억원 상당의 ‘사자’ 우위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과 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과 연기금이 오후 들어 국내 증시에 자금 집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신은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기회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대지진에서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오염피해로 옮겨갔다며 신중한 투자 주문을 촉구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오염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고 파급효과와 해결 전망을 섣부르게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력공급 차질로 일본 전체 전력 수요의 5% 부족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화학과 철강, 태양광 등 산업의 생산차질로 부품가격 폭등으로 연결돼 글로벌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방사능이 도쿄까지 확산될 경우 일본경제는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전이슈가 해소될 때까지는 신중한 투자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기존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 증시전망을 할 수 있지만 원전 폭발사례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증폭효과가 훨씬 크다”며 “투자자들은 주가등락에 쉽게 편승하기 보다 원전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투자를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 날 보고서를 통해 “일본 복구사업에 따른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주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일본 부품을 많이 수입하는 업체의 경우 사태 장기화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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