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2구역 조합은 3개월 뒤 건설사로부터 매몰 비용 31억원을 반납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이에 따라 조합 임원들은 취소에 적극 가담한 57명을 상대로 1인당 5,300여만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후 서울 북부지법이 가압류 결정을 받아들임에 따라 57명의 조합원은 수천만원의 매몰 비용 폭탄을 부담하게 됐다.
수도권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구 해제 이후 지역 발전 방안과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매몰 비용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해 건설사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는 17일 성북구 정릉4구역과 성북동 29-51일대, 은평구 갈현동 326일대 세 곳의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 3곳을 추가로 해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해제된 정비(예정)구역은 총 187곳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해제 이후 갈등이 오히려 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건설사가 사업을 추진할 때 조합에 투입하는 자금인 매몰 비용을 다시 거둬들이는 과정이 갈등의 진원지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경우 사용 비용의 70%를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사용 금액 기준이 엄격해 실제로 조합에서 청구한 금액 일부만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추진위 단계의 매몰 비용을 구역당 평균 3~4억원으로, 조합 이후 단계를 40~5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지금까지 비용을 신청한 추진위에 막상 평균 1억원 미만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조합원 투표가 아닌 단체장의 직권으로 구역이 해제될 경우 매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탓에 건설사가 조합에 제기하는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주요 건설사가 매몰 비용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건수는 1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 서울 동대문구 전농7구역과 성북구 석관1구역 조합에 각각 대여금 400억원, 99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관악구 신림3구역에 25억원, 봉천4-1-2구역에 46억원 규모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정 해제된 조합 한 곳만 놓고 보면 사실 건설사 손해액이 재무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해제 지역이 계속 늘고 있어 점점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출구전략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매몰 비용과 관련된 지원은 건설사가 매몰 비용을 포기할 경우 법인세 22%를 감면해주는 방안이 시행 중이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에 더해 매몰비 보전 신청 기한을 늘리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현재 서울시 조례는 해산 이후 6개월을 넘겨 매몰 비용 보전 신청을 할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매몰 비용의 국고 보조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수용 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조합이 추진하는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됐다고 해서 국가가 보전해주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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