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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명강의 열전] (10) 유원준 경희대 사학과 교수

스스로 탐구하도록 '열린시각' 키워<br>리포트 첨삭지도·개별면담 통해<br> 학생들에게 객관적 안목 길러줘… 자서전 쓰기로 활용능력 제고도<br>글쓰기등 기초학문 능력 중시<br> "모든 교육은 자긍심서 출발 항상 최고의 강의 제공에 힘써"


유원준(52) 경희대 사학과 교수의 '동양사입문'을 듣는 학생들은 자서전을 써야 한다. 분량 제한은 없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A4용지로 20~40장을 써낸다. 중ㆍ고교시절 수상 경력 등을 서술하면서 이를 증빙하는 자료도 첨부해야 한다. 자서전 쓰기는 사료 조사와 활용 능력을 키우고 대학생활 설계의 초석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료를 첨부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 자신의 이력 관련자료를 보관하고 정리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경력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4년 후의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보도록 하는 과제도 낸다. 진로상담이나 희망직종의 선배와 만나 나눈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작성해야 한다. 조현화(사학1)양은 "20년 정도 산 내가 어떻게 자서전을 쓰나 걱정했는데 자신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주력한다. 자신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나 저자의 시각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기보다는 학생들이 객관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생들은 유 교수 강의의 가장 큰 덕목으로 이러한 '열린 시각'을 꼽는다. 안영선(경영3)군은 "교수는 권위주의에 함몰되기 쉬운데 유 교수님은 늘 자신의 입장이나 시각을 넘어서라고 강조한다"면서 "주입식 강의나 단조로운 수업이 대부분인 대학에서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팀별 수업…리포트로 글쓰기 훈련 강조=동양사입문은 사학과 1학년 전공필수과목이지만 경영ㆍ지리 등 다른 과의 3~4학년들도 다수 수강한다. 단순히 일본과 중국 등의 역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학을 소재로 세상을 보는 인식의 틀을 가르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특히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 많은 신경을 쏟는다. 매주 리포트 작성 과제가 주어지는데 일일이 첨삭지도를 해주고 개별면담으로 대화도 나눈다. 이름과 학번이 나열된 여느 교수의 출석부와 달리 유 교수의 그것은 총천연색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최근에 찍은 컬러 증명사진을 제출 받아 자신이 직접 출석부를 만든다. 모든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다. 유 교수는 "인문학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사고방식과 뗄 수 없고 학생과 교수 간의 교감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급적 대화를 많이 나누고 유대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양사입문은 4명의 학생이 한팀이 돼 수업을 듣는다. 리포트도 팀별로 작성하고 발표한다. 팀은 학생들이 짜지만 남ㆍ여학생이 섞여 있어야 하고 반드시 3~4학년 고학년이 들어가야 한다. 팀이 짜이면 이름을 얻는다. 일취월장ㆍ절차탁마ㆍ청출어람ㆍ괄목상대 등 주로 고사성어들이다. 유 교수가 제시하고 학생들이 선택한다. 팀을 먼저 구성한 학생들이 좌석을 먼저 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유 교수는 "앞줄에서 3열 이내의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학점을 받는다"면서 "수업태도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암기식 시험을 보지 않는다.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주로 내고 시험은 오픈북으로 치른다. 교재나 문헌을 가져와서 참고해도 된다. 기말고사는 토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무려 네시간 동안 본다. 학생들은 중간에 점심을 먹어도 된다. 학생들은 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이 공부한 것을 충분히 서술하도록 하는 이러한 시험 방식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학생들에게 자긍심 심어주는 데 최선=유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의 기초 체력을 길러줘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쓴다. 달리기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듯 학생들이 기초학문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강조한다거나 자서전을 쓰게 하고 팀별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인 수요는 있기 마련이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인문학의 가치는 유효하다"면서 "요즘 공동체적 삶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인문학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자신의 강의철학에 대해 "학생들에게는 항상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교육은 자긍심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나 학생 모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대만에서 공부할 때 지도교수가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 하나를 하더라도 최고급으로 했다"면서 "교수는 항상 학생들에게 최고의 강의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학생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밥 한끼를 사주더라도 최고급으로 사준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강의에 대해 "여느 교수에 비해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겸손해하는 유 교수는 "모든 교수의 수업은 달라야 한다"면서 "토론식 수업이든 주입식이든 다양한 교수법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교수들끼리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학생들에게 양질의 다양한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원준 교수는


1959년생.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대만 중국문화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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