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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빈 강정, 국내 플랜트산업의 현주소

[내실없는 플랜트산업, R&D로 해결한다]<br> 핵심기자재 대부분 해외 의존 "수주 늘어도 남는게…"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해 5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액을 기록했지만 외화가득률은 30%에 머무는 등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플랜트산업은 건설ㆍ기계설비ㆍ엔지니어링 등이 결합된 복합산업이다. 또한 설계ㆍ시공ㆍ자금조달은 물론 유지ㆍ보수에 이르기까지 턴키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종합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 2003년 이후 해외수주액이 연평균 50% 이상 늘어 지난해에는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화가득률은 30% 수준을 밑돌고 있다. 각종 플랜트 건설에 투입되는 핵심기자재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기계연구원이 에코-에너(Eco-Ener) 플랜트 경쟁력 확보 사업의 투자 타당성 검토에 나선 것도 핵심기자재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추장비·펌프·압축기등 70%정도 외국산 사용
외화가득률 30%대로 車·조선의 반토막 수준
국가 차원 R&D 지원 통해 국산품 신뢰성 높여야
#해외수주액 많아도 외화가득률 30% 그쳐
플랜트산업은 발전소나 정유공장같이 기계와 장치를 기술적으로 설치해 원료ㆍ중간재, 또는 최종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당초에는 건설이 주종을 이뤘지만 점차 기계설비ㆍ엔지니어링이 접목됐다. 일종의 복합산업인 셈이다. 플랜트산업은 또한 종합산업의 양상을 띠고 있다. 기자재 구매와 시공은 물론 금융조달능력, 프로젝트 위험관리능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플랜트산업은 한 국가의 산업능력을 대표하는 '얼굴'로까지 불리고 있다. 현재 플랜트산업은 오일ㆍ가스, 신재생에너지, 환경ㆍ담수, 발전, 정유ㆍ화학 분야가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시장규모 역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세계 플랜트시장 규모는 조만간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해 500억달러에 육박하는 해외수주액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 산유국들이 장기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원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관성이 높고 경쟁력 확보가 용이한 오일ㆍ가스, 정유ㆍ화학 플랜트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플랜트산업의 기상도가 마냥 '쾌청'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플랜트산업 세계 순위는 9위지만 시장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미국ㆍ중국ㆍ프랑스ㆍ일본ㆍ스페인 등 5개국이 이 거대한 시장을 76%나 점유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하다. 더구나 외화가득률도 30% 이하에 머물러 있다. 속 빈 강정인 셈이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 2003년 이후 해외수주액이 매년 50%씩 늘어났다. 2007년 해외수주액은 462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반도체의 390억달러, 자동차의 373억달러 그리고 조선의 277억달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성장동력 산업이 거둔 실적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것이다. 하지만 실속은 외형만큼 화려하지 않다. 바로 외화가득률이 낮은 것이다. 현재 국내 플랜트산업의 외화가득률은 30%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의 70%와 조선의 68%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반도체 역시 외화가득률이 50%나 된다. 외화가득률이 높으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국내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지만 외화가득률이 떨어지면 손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처럼 국내 플랜트산업이 속 빈 강정이 된 것은 핵심기자재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화가득률이 낮아도 5억~1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액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외국산 기자재를 선호하는 해외발주자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것. 실제 9억달러 규모의 오일ㆍ가스 플랜트를 수주한 국내 A사의 경우 설계 부문은 98.8%, 핵심기자재 부문은 63%를 해외에 의존해야 했다. 5억9,000만달러 규모의 오일ㆍ가스 플랜트를 수주한 B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추장비ㆍ펌프ㆍ압축기 등 핵심기자재의 70%를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외화가득률은 30%를 밑돌 수밖에 없었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 없이 건설ㆍ기계설비ㆍ엔지니어링이 제각각 성장해온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건설 부문 역시 현지 인력조달 등의 문제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핵심기자재 해외 의존 탈피해야
국내 플랜트 기업들이 국산 기자재를 쓰지 않는 이유는 국제적인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 핵심기자재가 없거나 있더라도 해외발주자를 설득할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203개 플랜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3.1%가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해외발주자의 신뢰성 미확보를 꼽았다. 이어 기자재 관련 설계 및 원천기술 미확보(48.3%), 기자재 업체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44.8%)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국산 기자재 미사용을 플랜트 기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세계시장에서 선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마당에 단순히 애국심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는 것. 방법이 없을까. 있다. 바로 국가 차원의 대규모 R&D 지원을 통해 국제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신뢰성 있는 핵심기자재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지경부가 기계연구원과의 기획연구를 통해 에코-에너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에 대한 투자 타당성 검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업의 골자는 오는 2019년까지 정부 3,000억원, 민간 500억원 등 모두 3,500억원을 투입해 플랜트 기자재 자급률을 80%로 끌어올린다는 것. 이를 통해 국내 플랜트산업의 해외수주액을 1,500억달러 수준으로 높여 세계 시장점유율 15%, 외화가득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 "친환경 플랜트산업 핵심기술 상용화 위해 3,500억원 투입"

"미래 유망 플랜트 원천기술과 핵심기자재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R&D)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플랜트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에코-에너(Eco-Ener) 플랜트 경쟁력 확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홍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 과장은 "국내 플랜트산업의 외화가득률이 낮은 것은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한데다 핵심기자재도 외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과장은 "에코-에너 플랜트란 친환경ㆍ고효율 에너지 플랜트를 말한다"며 "이는 플랜트산업을 통해 국가의 녹색성장 및 글로벌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오는 2019년까지 3,50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500억원 이상 규모의 R&D 계획이 모두 거쳐야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세부 사업내용은 6월 말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가 확정되면 2010년부터 본격적인 R&D가 시작될 것"이라며 "산업계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R&D와 상용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에코-에너 플랜트 경쟁력 확보 사업은 모두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는 2012년까지 오일ㆍ가스 플랜트에 투입되는 정밀 대형 펌프와 압축기 등 당장 시급한 7종의 핵심기자재를 개발 및 상용화하게 된다. 또한 2015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는 단기과제로 3종의 핵심기자재를 개발하고 2019년까지 진행되는 3단계는 국내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담수화 플랜트, 이산화탄소 액화 및 대용량 수소액화 플랜트 기술의 상용화가 이뤄지게 된다. 이 과장은 "이번 사업은 국내 플랜트산업에 독립된 산업분류 개념을 적용, 처음으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플랜트산업은 독립적 산업 분야로 분류돼 있지 않아 R&D와 기자재 개발 등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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