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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갖게하는 개각 스타일
입력2003-12-28 00:00:00
수정
2003.12.28 00:00:00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등 3개부처 장관을 바꿨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번 개각을 포함해 8개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행정수행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장관과 본인이 사표를 제출한 장관들이 대상이었다.
취임 1년이 다가오고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장관들이 있어 중폭이상의 개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소폭으로 그치고 말았다. 과거에는 `분위기 쇄신` 운운하면서 멀쩡하게 일을 잘하고 있는 장관까지 끼워넣어 무더기로 교체함으로써 잦은 개각과 단명장관을 양산했었다. 그것이 결국 정책의 일관성결여와 공직의 불안정을 초래해 정부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같은 인사정책의 난맥을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되풀이 강조해 왔다. 일단 기용했으면 오래 쓰겠다는 인사철학을 피력하기도 했다. 비록 취임 1년도 안돼 국무회의 참석각료의 절반 가까이를 교체했지만 문제가 있거나 본인이 사양한 사람이 아니면 바꾸지 않음으로써 `맡겼으면 오래 쓰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
이번 인사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참여정부 인사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이른바 `코드 인사`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번의 3개 부처 장관은 물론 이전에 단행했던 해양수산부 산업자원부 교육부 장관의 기용에서 과거 정부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인사들이 기용되고 있는 것에서 짐작이 가는 점이다. 그 중 일부는 참여정부에 반대적인 입장에 서있는 인사를 기용하기도 했다. 이는 코드 인사의 편협성을 탈피하는 면모를 보인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한 것으로, 이런 인사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돼야 할 것이다.
이 밖에 정책의 호흡과 팀워크를 고려한 인사라는 점도 돋보인다. 정부 정책의 성패는 부처내 그리고 부처간의 호흡과 팀워크에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은 이상과 현실이 조화될 때 성공 가능성이 크다. 현실을 모르는 이상만으로는 탁상공론 밖에 안 된다.
이 점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이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의 청와대 정책실장 기용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지난 1년 가까이 동안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조정능력은 난맥의 연속이었다. 김진표 재경부장관과 박 정책실장은 행시 동기생으로 같은 해에 경제관리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사이다.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누구보다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상 경제수석이 부활된 효과가 나도록 정책의 밀도를 높여주기 바란다.
<김일섭 이화여자대학교 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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