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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오브 샘'

예고 살인을 하는 살인마가 나오지만 사실 살인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1976년 그룹 아바의 ‘페르난도’가 흐르는 자동차 안에 무작정 총을 갈겨대지만 살인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드는가, 그 메커니즘에 관한 영화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1977년 여름, 때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은 무더위일 때도 있다. ‘샘의 아들’이라는 자는 개가 유난히 짖어대는 밤이면 44구경 매그넘으로 카섹스하는 연인, 갈색 머리의 백인 미녀를 살해한다. 연쇄 살인마(SERIAL KILLER)라는 말은 바로 이 사건으로 시작됐다. 1년전 몇 건의 살인을 저질렀던 샘은 1977년 5월 그의 살인 1주년을 기념하는 살인을 하겠다며 신문에 예고편지를 보낸다. 금발 머리 여성들은 머리를 염색하고, 밤이 어두워지면 바깥 출입을 아예 포기하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영화는 죽은 자나 죽을 자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에 대해 얘기한다. 그 방식은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에서의 가벼운 신경증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고민의 내용은 가볍다. 아내의 사촌 여동생을 배웅하다 차 안에서 카섹스를 벌일 지경인 천하의 바람둥이 헤어 드레서 비니(존 레귀자모)와 아내 디오나(미라 소르비노). 비니가 ‘샘의 아들’의 살인 목격자가 되면서 불안은 그의 영혼을 갉아 먹는다. 음탕한 섹스 대신 건전한 부부 관게를 맺기로 결심하지만 그것은 맹숭맹숭한 부부관계로 전락해 버린다. 둘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혼음까지 해보지만 오히려 불신만 커진다. 더 큰 문제는 허름한 이탈리아인 마을의 시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돌아온 비니. 펑크족인 리치(애드리언 브로디)는 밤마다 포르노쇼를 하고, 동성애 매춘을 해서 번 돈으로 클럽에서 연주를 한다. 뮤지션이자 매춘부인 그를 친구들은 의심하기 시작하고, 목격자로 불안에 떨던 비니는 리치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에 동조하게 된다. 뉴욕데일리뉴스의 명컬럼니스트 지미 브레슬린의 뉴스 멘트로 시작되는 영화는 다큐적 기법도 부분적으로 차용했다. 그러나 더 많은 비중을 뮤직비디오의 촬영처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치장했다. 사회적 이슈를 현란한 화면에 담아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독립영화 감독으로 꼽히는 스파이크 리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불안이 어떻게 불안을 만들고, 그 불안이 어떻게 ‘자아와 타자’를 구분짓는가(물론 여기에는 흑인에 대한 편견까지 포함된다) 하는 다소 무거운 문제를 능숙한 연기와 능란한 연출로 표현했다. 비니와 디오나의 말싸움 장면에 아바의 ‘댄싱 퀸’이 흐르는 식의 역설적 배치에 능한 스파이크 리의 재간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제 스파이크 리는 내용보다는 포장에 더 신경을 쓰는 상업감독으로 경도됐음을 영화는 증명하고 있다. 섹스와 육체에 관한 집착증적 카메라 움직임은 또 하나의 예이다. 4월 1일 개봉. 오락성 ★★★☆ 작품성 ★★★☆ 박은주기자입력시간 2000/03/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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