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막 지난 서울의 한 도심. 날렵한 디자인의 해치백 한대가 도로를 질주한다. 뒤로 여러 대의 차량들이 그 차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잡힐 듯 했던 해치백이 묘기를 보인다. '칼 같은'핸들링으로 차량 사이를 누비더니 다소 한산한 도로에서는 삽시간에 속도를 시속 200km까지 높였다. 인적이 드문 교차로에서 절묘한 코너링으로 추격했던 차들을 확실히 따돌린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들여온 '시로코'. 그 차를 시승하는 내내 이런 상상에 빠졌다.
1974년 처음 탄생된 시로코는 골프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모델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대가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한 1세대 모델은 1981년 2세대로 거듭나 1993년까지 판매되다 단종됐다. 골프의 인기에 밀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역사 속에 묻힐 뻔 했던 차는 2008년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다. 골프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스포츠 쿠페로 재탄생 시키자는 폭스바겐의 결단이 새로운 DNA의 시로코를 만들어 냈다.
시로코에 매료되는 까닭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고 차가 움직이는 순간부터 이 소형차는 뭔가 남다를 포스를 뿜어낸다. '좀 달려보자'고 재촉하듯이 가속페달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속할 때 토크감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배기량 2.0ℓ TDI 디젤 엔진은 170마력과 35.7㎏.m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최대토크가 1,750rpm에서 2,500rpm 사이에서 이뤄진다. 저속에서건 고속에서건 페달을 밟는 즉시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코너링도 일품이다. 19인치 광폭 타이어가 노면을 감싸고 돌아나가는 듯한 경쾌한 주행을 선사한다.
급가속으로 속도를 시속 130km로 높였다. 중저음, 그렇다고 너무 묵직하지 않은 엔진음이 깔린다. 행인들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내부로 유입되는 소리는 실제 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량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더 올렸다. 2,0리터의 크지 않은 엔진이 주저함 없이 운전자의 욕구를 채워준다. 시로코의 제로백은 8.1초. 안전 최고 시속은 220km다.
서스펜션은 스포츠 쿠페라는 성격에 맞게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지만 여성이 운전하기 힘들만큼은 아니다.
디자인은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성이 강조됐다. 개인적으론 개성 넘치는 측면과 볼륨감 충만한 후면 등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만 물론 개인의 취향이다. '이상하게 생겼다'는 주변의 평도 적지 않았다.
간결하지만 실용성 높은 인테리어는 버킷 타입 시트와 어울려 스포티함을 더한다. 2도어 모델 치고는 뒷좌석 공간도 제법 쓸만하다.
이번에 출시된 시로코는 주행 성능을 높인 R라인. 그런데 가격은 4,220만원으로 예상보다 싸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이 차를 골프만큼 팔아보겠다는 의도일까. 앞으로 판매량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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