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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외교 세련돼야
입력2003-02-10 00:00:00
수정
2003.02.10 00:00:00
김영기 기자
지난달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특사가 북한으로부터 박대를 당하고 돌아온 데 이어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미 특사단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말이 많다. 오는 12일 출발 예정인 노 당선자의 대 러시아 및 중국 특사도 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의 대통령과의 면담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아 이번에도 허탕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는 말 그대로 대통령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상대국에선 대통령에 준하는 외교적인 예우를 하는 것이 관례고, 대통령의 친서는 상대국의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직접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다.
대미 특사단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은 방문기간 중 우주선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고가 발생, 면담이 예정된 날 부시 대통령이 추모식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있었기 때문이었다. 불가항력적인 돌발사고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 대표단에 대한 부시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결례임은 물론 우리외교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북특사의 경우는 외교적으로 이보다 더 무례하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특사가 동시에 방북 했음에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현장지도`라는 구실로 이들을 접견하지 않았다. 무례를 넘어 배은망덕의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근 특사외교의 서툰 모습은 의전 만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특히 대미 특사단은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한미관계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의 면담 후 불거져 나온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북한핵 선택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표단의 일원인 윤영관 인수위원의 리셉션 발언에서 비롯된 `북한핵 선택론`은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구실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씨는 “미국측 인사가 `한국 젊은이들이 북한의 붕괴와 핵무기 중 어느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기에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북한의 핵무기를 낫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면서 젊은 세대의 바뀐 인식을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 같은 그의 인식이 맞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북한의 핵무기 문제로 국제사회가 신경이 곤두선 때에 결코 그런 식으로 할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정부가 차기 대통령의 대미관과 대북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를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파견된 특사단이 오히려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파견하지 않음보다 못하다.
차기 정부의 조급함과 경험미숙이 가져온 결과라고 본다. 외교역량은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되기도 하지만 한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 더욱 세련미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동석,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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