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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지구촌 첫 해맞이 '뉴질랜드 기스본' 일출현장

천년의 영광이 떠오른다. 천년의 애환과 사연을 안은 저 깊은 바다에서 새 천년의 희망을 비추듯이 솟는다. 대지의 만물들은 신의 은총을 기다리듯 숨을 죽인다.무언가 거부할 수 없는 경이가 밀려온다. 마오리의 신들이 대자연의 큰아들이며 광명의 아버지라 불렀던 태양.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어제와 오늘의 해가 어찌 다르랴만 우리는 이날의 일출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아마도 우리는 태양을 향해 희망을 빌었던 것이리라. 태평양 끝자락에 길다랗게 누워있는 섬나라 뉴질랜드. 금세기의 마지막날 새천년의 태양이 가장 먼저 뜨는 나라, 그곳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도시 기스본으로 향하는 여정은 설레임의 연속이었다. 로토루아에서 5시간의 여정끝에 도착한 기스본. 동경 178도에 위치한 뉴질랜드 최동단 도시이다. 포장도로, 자동차와 콘크리트 건물, 수퍼마켓 같은 인조의 문명을 갖춘 도시로서는 가장 날짜 변경선에 가깝다. 남섬과 북섬을 합해 남한의 3배나 되는 넓이지만 인구는 겨우 372만 명에 불과한 뉴질랜드의 듬성한 인구밀도는 기스본에서 더욱 한적해진다. 건물이 높아야 2~3층. 좁은 땅덩어리에 모여 살면서 위로 뻗어갈 수 밖에 없는 우리 처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새천년을 하루앞둔 기스본은 여느때와 움직임이 다르다. 인구 3만의 도시에 15만명이 북적거린다. 바로 밀레니엄 이벤트, 새천년 새태양을 가장 먼저 보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10여곳에 불과한 호텔은 수년전에 예약이 끝났고, 거대한 텐트촌으로 바뀐 공원이 관광객의 숙소이다. 축제의 절정을 기다리는 표정들은 잔뜩 상기돼있다. 기스본 시정부가 내건 「뉴 밀레니엄의 첫 태양을 볼 수 있는 도시」에 와 있다는 흥분에 너나없이얼마간은 들떠있다. 다운타운의 시계탑(타운 클록)의 새 천년을 향한 카운트다운도 불과 3시간여를 남겨놓고 있다. 「신년 이브 파티(NEW YEAR EVE PARTY)」가 이미 7시부터 시작돼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본 행사는 이제 겨우 시작인데 이들은 이미 지난 30일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태양을 토해내는 신은 포세이돈(바다). 기스본 시는 바다와 도시의 경계선이면서 「파버티 베이(POVERTY BAY)」가 바라다보이는 미드웨이비치에 축제의 무대를 폈다. 「오디세이스 엔드 2000」으로 이름붙여진 이 해변축제는 12월31일부터 1월1일 아침 해가 뜰때까지 계속된다. 해가뜨는 형상을 본뜬 스터디움이 무대다. 50에이커에 달하는 행사장에서는 마오리족 전사들의 공연과 세계 여러나라의 공연 등이 펼쳐졌다. 불놀이와 레이져쇼는 현란의 극치를 보여줬다. 아쉽게도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고 예약자만 받았다. 더 동쪽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배가 준비돼 있었다. 행사실무를 맡고 있는 그래험 브렉켈씨는 『30일부터 1월1일까지 낮동안 항해를 하는 것말고도 저녁식사와 신년파티를 배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새벽 해맞이 행사도 배를 타고 구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스본시 관계자들도 공식 새벽행사를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는 모습이다. 1일 새벽 3시에는 「카 포, 카 포, 카 아와티」라는 마오리족의 전통축제가, 4시에는 「노래와 춤으로 엮는 뉴질랜드 여행」이 마련돼있다. 5시부터는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단이 참여하는 연주회가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5시42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종파를 가리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예배가 열리는 7시까지 전세계 10억인구가 TV를 통해 기스본시가 펼치는 중요한 이벤트를 지켜볼 수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이벤트에서는 정확한 타깃층을 설정하고 틈새를 공략하는 마케팅력을 엿볼 수 있었다. 「사운드쉘 2000」이라는 댄스파티는 기스본시 교외의 극장이 무대다. 진행요원인 마이크 스트롱씨는 『안전한 장소에서 새천년을 축하하고 싶어하는 18세부터 40세까지가 우리의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오토바이경주 매니아를 위한 「모터싸이클 클럽 랠리」, 가족단위 관광객을위한 행사, 골프인들을 위한 「밀레니엄 골프 토너먼트」 등에서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 기스본시 곳곳을 달구는 볼거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밀레니엄 이브(12월31일)와 퍼스트데이(2000년 1월1일) 뿐만 아니라 무려 4월까지 계속되는 것도 있다. 존 클락 기스본 시장은 『뉴밀레니엄 이벤트를 통해 기스본을 세계적인 도시로 알려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2년여에 걸쳐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클락시장은 또 『지난 천년동안 우리는 가난과 질병,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새 천년은 단지 한해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한 세대를 준비해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기스본은 지금 들떠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입가에 번져 있는 미소가 그것을 말해준다. 곳곳에서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깃발과 번쩍거리는 꼬마전구들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천년이 바뀌는 순간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하나더 기스본에 있는 사람들은 세계 어느곳보다 먼저 그 천년을 오관으로 맞이한다. 또한 찬란한 새천년의 태양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충만한 감동을 빠른 시간만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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