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교도통신은 이시바 간사장 측근 의원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이번주 이시바 간사장과 만나 안보법제담당상 취임을 정식 요청할 예정이지만 이시바 간사장은 이를 고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3일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시바 간사장이 아베의 입각 제안을 고사하는 표면적 이유는 안보정책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시바는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을 서두르자고 주장하지만 아베는 이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포스트 아베'의 유력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간사장이 아베 정부 입각 대신 '백의종군'을 선택하면서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대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아베 총리의 처우가 어떠냐에 따라 이시바 간사장 측이 당 총재선거를 겨냥해 당내 '반아베' 파벌을 구축, 재선을 노리는 아베 총리를 견제하며 아베의 정권운영에 복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시바는 지난 2012년 9월 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패한 바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 측이 집단자위권 관련 법제 정비를 위해 신설되는 안보담당상에 이시바 간사장이 적임이라며 입각을 종용하고 있지만 내년 총재선거에 대비해 라이벌인 이시바의 당내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고립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이시바 지지 의원들은 이에 대해 이시바가 아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간사장직을 유지해야 하며 아베 총리가 간사장을 경질할 경우 백의종군해 내년 총재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계에서는 5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아베 총리가 총재선거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지만 이시바 간사장의 한 측근은 요미우리신문에 "총리가 경제운영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시바 대망론'에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간사장은 지난달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입각 의사가 타진됐을 때 "정식 요청이 있으면 어떤 자리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아베 측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을 놓고 이시바의 조직관리 능력을 의문시하는 데 자극 받아 반기를 든 셈이 됐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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