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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냐, 소버린이냐… 헤지펀드 '먹튀 놀음'에 합병 난기류

■ 엘리엇 공격에 고심하는 삼성

지배구조 흔든 뒤 시세차익 챙겨 떠날 가능성

합병 불발소지 거의 없어 '찻잔 속 태풍' 시각도

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작업이 다시 난기류에 빠진 가운데 삼성물산 직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서초 삼성물산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했다고 밝힌 4일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사의 진의(眞意)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나왔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지렛대로 삼성 경영 전반에 참여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판을 키워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것인지에 따라 삼성의 대응방식과 강도가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외국계 헤지펀드가 끼어들어 '먹튀' 행각을 벌이는 사태가 다시 한번 재연될 수도 있다"며 "삼성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헤르메스냐, 소버린이냐=현재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체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삼성물산 지분 5.0%를 취득한 뒤 경영 전반에 개입하다 같은 해 12월 돌연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38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헤르메스는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하는 등 경영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섭하다 갑자기 한국에서 철수했다. 엘리엇 역시 표면적으로는 '경영 참여'를 지분 취득의 목적으로 내걸었지만 오는 7월16일 합병 성사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주총까지 주가를 최대한 부풀린 뒤 특정 시점에서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진통은 있더라도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엘리엇이 제2의 '소버린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소액주주를 설득해 의결권을 이양 받고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백기사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소버린은 수천억 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챙겨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지배구조 흔든 뒤 먹튀 가능성=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엘리엇은 7월 임시주총까지 외국인 기관과 소액 투자자를 설득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일단 불발시킨 뒤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삼성물산에 유리한 쪽으로 상향 조정하자고 삼성 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대0.35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조정될 경우 제일모직 대주주(23.2%)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통합 삼성물산 지배력은 약해지고 엘리엇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는 삼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강화를 노리는 삼성 입장에서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엘리엇의 지분매입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시점에서 소액주주나 기관들이 굳이 합병에 반대해가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보통주)의 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5만7,234원으로 이날 종가 6만9,500원보다 1만원 이상 낮다. 합병에 반대한다면 굳이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것 없이 시장에 내다 팔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은 "남은 기간 삼성물산의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합병 무산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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