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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그들도 책임을 져야한다
입력1999-08-13 00:00:00
수정
1999.08.13 00:00:00
정부는 장관들의 입을 빌어 『잘못된 투자결정과 부실경영에 대해 기업주나 투자자가 책임지는 시장경제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거나 『금융회사들이 재벌의 사금고화로 전락하고 있다』며 재벌총수와 기업이미지 깎아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옳은 말이다.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영자는 퇴출돼야만 더 이상의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유한책임을 져야하는 주주 역시 그 책임에서 면탈될 수는 없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움직임은 일견 감정적이라는 느낌이다. 관리들은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구조조정에 계속 반발할 경우 비자금내역을 공개해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사법처리 하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채권은행들도 편을 들고 나섰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 삼성자동차의 부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삼성에 대한 돈줄죄기에 나섰다. 은행간부는 『삼성에 대한 돈줄을 차단할 경우 삼성내 일부 기업들은 돈줄이 마를테고, 그럴 경우 대외신인도도 추락해 삼성이 전체적으로 곤란에 빠질 것이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나 채권은행 관계자들이 던지는 말들을 보면 다분히 감정적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기자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니 해당기업들이나 당사자들의 마음은 오죽할지 짐작이 간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삼성계열사들은 주거래은행의 예금을 빼내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말 꼴불견이다. 어느 나라 은행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 그렇게 기업을 몰아붙여서 그 기업의 대외이미지가 깎아내려간다면 누가 득이될 것인가. 정말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곰곰 되돌아보면 대우그룹이나 삼성자동차문제가 이처럼 곪을대로 곪게된 것은 바로 대우와 삼성을 비난하고 있는 정부도 책임이 크다. 대우문제를 보자. 대우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사채시장에서 돈을 꿔 그날 결제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중하위그룹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심한 구조조정압력을 넣으면서도 유독 5대그룹, 특히 대우에 대해서만은 부드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던 정부가 최근 갑자기 대우를 공중분해시키려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다른 중하위그룹과 같은 처리를 했다면 대우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고, 그러면 이처럼 부산을 떨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삼성자동차문제도 그렇다. 원래 삼성차는 탄생해서는 안 될 기업이었다. 당시 국책연구기관까지 공급과잉이라며 신규진출에 난색을 나타냈기 그러나 삼성차는 부산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정치논리에 의해 「불가」에서 「허가」로 바뀌어 이날 이때까지 골치를 썩게 하고 있다. 은행도 삼성에 대출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만큼 삼성차부실문제의 책임은 정부·은행·삼성 등 3자가 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정권도 사람도 다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은행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개인은 작은 실수에도 부끄러워하며 책임을 지는데 이 나라경제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까지 몰고온 정부관료와 은행원들이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들도 책임을 져야한다.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고 기업에 생채기를 내는 소인배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 그 화살은 다시 한국경제의 신뢰하락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金熹中사회부차장/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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