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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기행 건축은 문화다] <12> 역삼동 '섹터사옥'

구정회(구정회건축연구소 대표)<br>노후주택서 근린시설로 경제성·미적가치 극대화


서울 강남의 청담ㆍ논현ㆍ신사동 등지를 다니다 보면 이색적인 느낌의 4~5층짜리 건물을 유난히 자주 만나게 된다. 오래된 단독주택과 연립 사이로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이런 건물들의 정체를 얼른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역삼동의 선릉 건너편에 자리잡은 ‘섹터사옥’도 그런 건물 중 하나다. 언뜻 미술 갤러리 같기도 하고 고급주택 같기도 한 외관의 아름다움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섹터 사옥은 강남의 노후 단독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재건축하는 흐름의 한복판에 있다. 60~120평 정도의 대지에 자리잡은 단독주택을 허물고 5층짜리 건물을 짓는 이른바 ‘몸집 키우기’다. 보통 집주인이 4~5층을 주거용으로 쓰고 그 아래는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거나 임대를 내준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번째는 여느 업무용 건물처럼 ‘경제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값비싼 땅을 깔고 앉은 만큼 건물의 경제적 가치와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임대 공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번째는 당연하게도 미적 가치가 뛰어나야 한다. 건물이 아름답지 않으면 임대사업을 효과적으로 이어가기가 힘들 뿐 아니라 건물과 땅 모두의 가치를 크게 깎아내릴 수 있다. 섹터 사옥은 이런 조건을 두루 만족시킨 수작이다. 섹터디자인이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섹터 사옥의 외관과 내부를 둘러보면 이 건물이 불과 200㎡(61평)짜리 땅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밖에서 본 건물은 상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사무실로 쓰이는 공간 역시 널찍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1층과 지하층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주출입구는 2개층 높이의 전면 유리로 트여 있어 입구에서부터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계단공간을 경계로 삼아 복층형으로 꾸며진 1층, 지하층은 높은 천장과 열린 계단실 덕분에 풍부한 공간감을 품고 있다. 반쯤 트인 유리벽과 대나무 화단은 외부와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면서도 충분한 햇볕을 유입시켜준다. 2~3층 사무공간과 4~5층의 주거공간으로는 또 다른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각각의 동선이 계단을 매개로 적절히 교차하고 갈라지면서 독립적이고도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도록 배려됐다. 설계자인 구정회씨는 “땅값이 비싼 강남의 구옥을 근생시설로 신축하려면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건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무조건 값싸게만 지으려다가는 죽어가는 건물이 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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