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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국산차 총체적 위기] 해외자본에 휘둘리는 한국GM·르노삼성… 제2 쌍용차 되나

한국GM 유럽수출 못해 최대 4분의1 감산 예상 르노삼성은 닛산 제품 하청 생산 등 이상 기류<br>생산량 줄이고 해고… 효율 떨어지면 철수할 수도 독립경영권 등 부여해 조립기지 전락 막아야

한국GM의 창원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지난 5일 GM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2년 내에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GM은 일감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등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한국GM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혼란에 휩싸였다. 외국자본이 대주주이면서 국내에서 차를 생산·판매·수출하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모(母)회사의 판단 미스와 경영 실패가 이어진데다 최근에는 이들 모회사 측이 한국을 더 이상 매력적인 생산기지로 보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난국에 처했다. 이에 따라 한국GM과 르노삼성이 과거 쌍용차가 경험했던 진통을 겪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 등 돌리는 GM과 르노=GM이 5일(한국시간) 한국GM에서 만든 쉐보레 브랜드 자동차를 더 이상 유럽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국GM은 일순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GM의 이 같은 결정은 더 이상 한국을 좋은 생산기지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인들은 한국GM을 국내 업체이자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사업장으로 여기지만 해외자본은 효율이 낮거나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떠나게 돼 있다.

GM 측은 특히 한국의 노동비용이 높다는 뉘앙스를 여러 차례 풍겼다. 외신들 또한 이 같은 GM의 의도를 알기에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꾸준히 내놓았다.

이번 유럽 수출용 쉐보레 생산 중단은 한국의 역할을 줄여나가는 글로벌 전략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르노닛산의 2인자이자 르노삼성 사장을 지냈던 제롬 스톨 부회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부산공장은 임금이 비싼데 낮추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한때 현대차를 위협할 정도로 잘 나가던 르노삼성을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적자 사업장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프랑스 경영진이다.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이 끝난 뒤에도 임직원들이 줄퇴사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경영인이 회생계획은커녕 주기로 한 닛산차 하청 일감마저 도로 빼앗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은 충격적이다.

자동차 업계는 임금만을 놓고 한국의 생산여건을 따지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항변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책임감 있는 숙련 근로자와 세계 수준의 부품업체가 있고 항만·도로 등 각종 사회 인프라가 완비된 곳"이라면서 "임금만을 놓고 생산입지를 판단하려면 처음부터 한국의 자동차 기업을 인수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쌍용차 되나=자동차 업계는 한국GM은 몰라도 르노삼성은 '제2의 쌍용차'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감산은 곧 구조조정이었다. 조립산업의 특성상 감산은 해고로 곧장 이어진다.

르노삼성의 최근 기류는 더욱 불안하다. 6일 언론을 대상으로 공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는 스페인 르노 공장에서 수입해온 제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보는 르노삼성의 당면과제는 수출과 내수 판매량을 증가시켜 부산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부산공장은 내년부터 닛산 제품을 하청 생산할 계획이고 대신 내수에는 스페인산 제품을 투입하는 엉뚱한 결정을 했다.



이래서는 신차 개발-내수 판매 및 수출-재투자-신차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영영 만들 수 없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의견이다.

과거에도 르노는 르노삼성에 엔진·변속기를 포함한 핵심 부품 대부분을 일본 닛산으로부터 수입해 쓰게 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유발시킨 바 있다. 르노삼성의 손실이 닛산의 수익으로 이전된 셈인데 앞으로도 이 같은 경영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은 지난해 통상임금 이슈에 대비한 충당금 8,000억원을 회계에 반영하면서 3,403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지만 원래는 흑자 사업장이다.

그러나 GM의 결정으로 완성차 생산량이 최대 4분의1까지 줄어들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조립기지 전락 막아야=자동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외국 자동차 업체의 하청 공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신차개발 능력, 해외 시장 개척 역량, 내수 판매망, 연구개발(R&D)센터 등을 갖춘 종합 자동차 업체여야만이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모회사의 결정과 한국에 파견된 외국인 경영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반면 쌍용차의 경우 극심한 진통을 겪은 뒤 들어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한국인인 이유일 사장에게 독립적인 경영권을 부여해 빠른 회생을 실현시켰다. 자동차 업계에서 "외국계 기업은 경영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가 거듭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GM의 지분은 GM 계열이 76.96%, 중국 상하이차가 6.02%, 산업은행이 17.02%를 가지고 있고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80.1%, 삼성카드가 19.9%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모회사가 경영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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