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어떻게 공동 대응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당시 합참 브리핑에서 "양측이 연합위기관리태세 선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이 사실상 전부였다. 특히 연평도 상공으로 출격한 공군 전투기가 왜 북한 해안포 기지를 폭격하지 않았는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지만 연평부대의 K_9자주포 대응사격 문제가 집중 부각되면서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3일 인사청문회에서 "합참의장이 전투기에 공격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군 단독으로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며 폭격 여부에 대한 미국과의 사전 조율 가능성을 차단한 것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다음 수순인 합참의장의 책임론은 거론하지 않아 "뭔가 다른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았다. 이날의 상황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오후 2시34분께 북한군의 포 사격이 시작되자 한민구 합참의장은 6분 뒤인 2시40분께 지하 지휘통제실로 내려가 해병대사령관 및 연평부대장을 화상으로 연결, 현장 상황을 지휘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도 지휘통제실에서 합참과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했고 양측의 참모진은 분주히 움직이며 의견을 교환했다. 오후 2시38분께 초계비행 중이던 공군의 KF_16전투기 2기가 연평도 상공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어 2시42분께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F_15K전투기 4대가 출격했고 이후 대비태세 강화 조치가 지속된 24시간 동안 공군 전투기가 4대씩 교대로 서해 상공을 날았다. 군 지휘부의 지시가 떨어지면 언제든 북한을 향해 폭격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3시12분께 북한군의 두 번째 포 사격이 시작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합참이 한미연합사에 전투기 폭격을 건의하고 한미연합사가 긴급회의를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시41분께 연평도의 포성이 그쳤고, 3시45분께 한미 양국군은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해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했다. 한미연합사의 회의는 3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폭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이어 유엔군사령부도 회의를 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파장을 더 중시한 것 같다. 전투기가 폭격으로 맞대응하면 당장이야 속이 시원하겠지만 앞으로 북한에 쓸 카드가 없어지는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사이 샤프 사령관은 한 의장과 화상회의를 가졌지만 연합위기관리태세 선포를 검토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되면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이 4에서 3으로 격상돼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로 넘어간다. 오후 8시38분께 한미연합사는 대북 감시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미 태평양사령부에 요청했고 그 정도 수준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24일 군은 "두 차례 포격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전투기가 폭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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