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산림을 관리하는 기능직으로 30여년간 일하다 퇴직하면서 학교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퇴직금 일부를 흔쾌히 기부한 교직원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78년 이후 33년간 경기도 남양주시의 동국대 연습림을 관리해오다가 최근 정년퇴직한 기능직 직원 엄기문(58)씨는 지난 1일 동국대 서울캠퍼스를 찾아 1,100만원을 기부했다. 엄씨는 "33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별 탈 없이 근무하고 퇴직을 하게 됐다"며 "그간 학교에서 받은 사랑과 도움이 너무 커 조금이나마 이를 환원하고 학교에 보답하고 싶었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엄씨가 동국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8년 2월. 강원도에서 살다 1976년 남양주시 조안면으로 이사한 엄씨는 2년 뒤 연습림을 관리하는 임시 기능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연습림은 동국대 바이오시스템대학과 생명과학연구원 등이 다양한 식물을 재배ㆍ실험하고 관찰하는 자연 관련 실습지로 엄씨가 하루도 빠짐없이 관리한 지역이 820만㎡에 달했다. 이곳에 심어진 나무만도 수십만그루이고 주변에는 운길산과 예봉산ㆍ적갑산 등 3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불 예방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동국대는 이 기부금을 경기도 고양시에 조성하는 바이오메디컬캠퍼스의 약학관 건립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엄씨는 "퇴직하게 되니 이제야 어깨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라며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항상 조마조마했고 정월대보름 때는 산불 걱정에 잠을 한숨도 못 이뤘다"고 회고했다. 엄씨는 또 "연습림에서 근무하면서 나무와 풀 등 300여가지의 식물 이름을 알게 됐다"며 "학교가 천혜의 자연조건에 있는 연습림의 발전 방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퇴임 소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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