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이들 업체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험실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청에 예비 벤처기업으로 신청하고 해당 학교의 기관장(학장)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는데 그동안 대다수 실험실 벤처기업들은 사장(死藏)됐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마케팅 능력까지 겸비, 최후까지 ‘살아남는’ 실험실 벤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SNU프리시젼이 이룩한 성공신화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실험실 벤처기업을 비롯해 창업을 꿈꾸는 예비 실험실 벤처기업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 창업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던 실험실 벤처기업들이 많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창업에 앞서 구체적인 준비와 함께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대 기계공학과 박희재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지난 98년 십시일반으로 창업한 SNU프리시젼도 오늘날 환하게 웃기까지는 몇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99년 말 첫 작품인 기계정밀도 측정장비는 영업에서 실패했으며 두번째로 시도한 광부품검사장비도 세계경기 침체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다 2002년 LG필립스LCD 장비 납품에 성공하면서 매출은 단숨에 38억원대로 뛰어올랐고 대만ㆍ일본 등 해외시장까지 뚫으면서 LCD 측정장비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73%)라는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은나노기술 전문기업인 엔피텍도 한양대 학내 벤처 극미세입자 연구팀을 중심으로 2000년 2월 설립된 실험실 벤처기업이다. 엔피텍 대표인 정성훈 교수는 독자 개발한 은나노기술을 사장시킬 수 없어 뜻 맞는 동료 교수 및 제자들과 창업에 나섰다. 정 교수는 “주변에 기술력을 믿고 창업에 나섰다가 쓴 잔을 마신 동료 교수들이 많다”면서 “기술이 좋다는 자만에 빠져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면서 ‘시장과 호흡할 수 있는 기술’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직관과 함께 마케팅 능력을 갖고 있는 일반 기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어 제품을 생산하는 등 현실 적응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험실 벤처기업의 경우 아직까지 자금 동원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만큼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실험실 벤처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 임채윤 혁신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대다수 실험실 벤처기업들이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나 영업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현재 성과를 내고 있는 실험실 벤처기업들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대신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교수는 기술담당이사(CTO)로 역할분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창립 멤버가 그대로 유지되기보다는 회사로서의 틀을 갖춰나가는 도약단계에서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상생의 경영’을 모색한다는 말이다. 한편 정부도 대학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 최근 대학 교수연구실이나 실험실을 중소기업 기술인력 양성기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책을 내놓기는 했다. 오는 2009년까지 중소기업과 공동연구를 하는 2,000개 연구실과 실습실을 산학협력실로 지정해 연간 5,000만원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 그러나 기존의 산학협력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SNU프리시젼의 박희재 교수도 창업에 앞서 100여건의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회의를 느껴 본격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든 케이스다. 이와 관련, 서울대 실험실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기술을 가르쳐줘도 배우거나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영업과 애프터서비스까지 해줘야 한다”며 그 한계성을 지적했다. 석ㆍ박사의 80%가 대학이나 정부출연 연구소에 치중된 반면 중소기업에는 고졸 출신이 대부분으로 구조적으로 산학협동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 고급인력을 채용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과 함께 실험실 벤처기업 스스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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