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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종합상사 회생의 길은 없나] 5. 전문가 좌담
입력2003-05-15 00:00:00
수정
2003.05.15 00:00:00
좌담회 참석자 명단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종합상사들도 상황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과거처럼 정부가 연간 수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종합상사에 수출 실적을 요구하거나 간섭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종합상사들도 사업다각화ㆍ중소기업 수출지원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시켜 나간다면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전무는 “종합상사들도 이제 투명한 경영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세영 서강대 교수=종합상사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70~80년대 수출을 견인했던 종합상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환란이후 종합상사의 분식회계 사실이 잇따라 드러난데다, 총수출에서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98년 58%에서 지난해에는 30%대로 감소하면서 `종합상사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전무=총수출에서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은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 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종합상사가 반드시 수출만 해야 하는 기업이 아닌데도 `종합상사=수출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종합상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합상사는 해외지사를 통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해외투자와 자원 개발, 내수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해야만 본연의 임무를 다 수행할 수 있다. 종합상사는 수출 비중이 줄더라도 내실 경영에 충실한다면 수익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종합상사의 총수출 기여율이 줄었다고 해서 종합상사가 없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종합상사에 금융 특혜까지 주면서 수출을 독려할 생각도 없다. 종합상사의 수출 비중 감소가 우리나라 총 수출에 큰 영향이 없고 제조업체나 중소기업들이 자체 역량으로 수출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스런 부분이 있다면 수출 기능이 산업 전반으로 분산되면서 몇몇 종합상사의 경우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종합상사를 시작한 일본의 경우 종합상사의 수출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 한국의 종합상사들도 수출 대행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업 역량을 확대하면서 제 기능을 수행한다면 종합상사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안 교수=종합상사는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종합상사를 도입한 일본의 예와 우리의 현실을 비교해 한국 종합상사의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강 전무=일본과 한국의 종합상사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일본의 종합상사는 제조업기반이 약했던 50년대말 일본의 내수시장 진작을 위해 만들어졌다. 또 한국과 일본의 내수시장 규모는 아직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70년대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과 맞물려 종합상사가 등장했을 당시에는 `국산품애용운동`이 한창이었다. 종합상사가 수입을 통해 내수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출위주의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박 실장=강 전무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일본 종합상사들의 사업다각화는 본받아야 한다. 삼국간 무역을 통해 단순 수출대행 이상의 수익을 얻는 것이나, 해외에서 자원 개발투자를 강화하는 등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는 수익구조를 갖춘 점은 우리나라 종합상사들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우리나라의 7개 종합상사 중 하위그룹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그룹 붕괴로 관계사 의존도가 전혀 없고 쌍용의 경우 그룹 의존도는 7%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위그룹들은 아직도 그룹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종합상사들이 그룹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강 전무=사실 지난 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후 대우인터내셔널(옛 ㈜대우)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해외에 널리 알려진 브랜드파워를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함께 과거 인맥을 동원,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하면서 이제 워크아웃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종합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정보력을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사업을 벌여나간다면 위기에 처한 종합상사들도 그룹의 수출대행 없이 자력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 실장=그동안 종합상사가 수출을 통해 돈을 잘 벌고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다 보니 그룹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역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과거에는 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해외출장을 가도 현지 종합상사에서 모든 경비를 지원했을 정도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종합상사들의 문제를 보면 영업악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그룹이 좌지우지하는 종합상사가 곤경에 처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봤다. 종합상사는 그룹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종합상사의 내수시장 진출을 막지 않겠다. 또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과의 M&A(인수ㆍ합병)도 장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종합상사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눈감아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이 뒷받침 되는 벤처기업에 종합상사가 투자해 `윈-윈(Win-Win)` 전략을 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안 교수=종합상사가 변신에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걸림돌이라면 투명하지 못한 회계문제다. 21세기 글로벌 스탠더드는 `투명 경영`으로 요약된다. 그룹의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그룹의 수출 대행분은 매출에서 제외되는 새로운 기업회계기준이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하지만 변경된 회계기준으로 인해 종합상사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 실장=그룹의 수출 대행 금액 전체를 종합상사 실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 우선 수출 대행 수수료부분만 제외시키면서 순차적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대 같은 경우 중공업이 선박을 건조하면 종합상사가 영업 창구다. 갑자기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외형(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갑자기 줄어든 매출액으로 인해 해외입찰에서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산업자원부의 경우 회계기준 변경은 순차적으로 갔으면 하는 게 희망이었지만 다수의견에 의해 채택되지 못해 안타깝다.
▲강 전무=사실 매출 축소로 인해 다국적 기업과 입찰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경된 회계기준이 관행처럼 굳어진 분식회계를 차단하는 수단이라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합상사들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부적으로 윤리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안 교수=이제 종합상사는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우선 종합상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짚는 것이 중요하다. 종합상사의 장점은 방대한 지사망과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노하우다. 이것은 정보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세계에서 미국의 CIA다음으로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종합상사들도 해외 지점과 거래선을 잘 활용한다면 세계 제 2, 제3의 정보력을 가질 수 있다. 종합상사의 가장 큰 장점인 정보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강 전무=환란 이후 국내 종합상사들은 해외 지점을 축소하면서 예전에 비해 해외 정보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최근 해외에서 브랜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종합상사의 차별화 전략이 해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팀을 가동하는 등 앞으로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실장=종합상사는 정보력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무조건 수출만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시장 상황도 의뢰 기업에 알려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최근 직접 수출을 점차 축소하고 예전처럼 종합상사를 통한 대행 수출을 늘리고 있다. 종합상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21세기의 종합상사는 삼국간 거래나 플랜트를 엔지니어링 업체와 공동으로 파이낸싱 하는 등 금융기능도 갖춰나가야 한다.
▲안 교수=종합상사의 나가야 할 길은 세계 경제 패러다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수출 전쟁에서 해외 투자 확대로 변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기능도 단순 수출지원기능에서 현지 정보 제공 등 다양화 돼야 한다. 또 중소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는 정보와 인맥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종합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국가적 자산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박 실장=종합상사는 그동안 그룹의 대표회사가 되다 보니 대그룹의 부조리와 부실을 모두 덮어쓰는 일이 많았다. 국민들도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방형 통상국가로 가기 위해 종합상사의 기능은 살려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SK글로벌도 국가적 자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종합상사들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해 과거의 모든 과오를 벗어버리고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도 열심히 뛰겠다.
▲강 전무=상사맨으로서 자부심도 컸지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의 부끄러움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종합상사들의 과오는 해당 기업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종합상사는 달라질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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