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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올해는 꽃이 좀 늦게 피죠"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산행..탄핵 사태이후 두번째 <br>독도-한일관계, 행정도시·공공기관 이전 집중 거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에 올랐다. 이날 오전 9시께 청와대 관저 뒤 쉼터인 백악정을 출발,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이 가끔 찾았다는 `만세동방(萬世東方) 약수터'를 지나 서울의 북대문인 `숙정문'(肅靖門)에 이르는 2시간 30분여의 등반 코스였다. 지난해 4월 11일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출입기자들과 함께 걸었던 등반로와 동일한 코스였고, 기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답답한 심정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기운이느껴지지 않는다)'는 고사성어로 표현했었다. 노 대통령은 그 당시를 떠올리면서 최근의 심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올해는꽃이 좀 늦게 피는 것 같죠"라고 말했다. 독도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 위한 특별법' 처리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집권 3년차를 맞아 느끼는 심경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힘들다"며 "특히 제일 어려운 것은 상생의 기반이 아직 우리 마음속에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은 점"이라고 토로했다. 쾌청한 날씨속에서 봄내음이 물씬 풍긴 이날 노 대통령은 기자단과 백악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숙정문에서 산상 간담회를 갖는 등 모처럼 언론과 거리를 좁힌가운데 국정 현안 전반에 관해 특유의 거침없는 표현을 써가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개진했다. 등반에는 조기숙(趙己淑) 홍보수석과 김만수(金晩洙) 대변인, 양정철(楊正哲)홍보기획, 안영배(安榮培) 국내언론 비서관 등 홍보수석실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참석했으며 윤태영(尹太瀛) 부속실장과 김세옥(金世鈺) 경호실장도 수행했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권 여사가 불참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그냥 안오겠다고 해서..."라고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15분께 검정색 스포츠글라스에 하늘색 등산복 차림으로 사전 집합장소인 백악정에 모습을 드러낸 노 대통령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기자들의 박수속에 행사장에 입장, 참석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했다. 노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정치하는 사람은 다른 것 같다"며 운을 뗀 뒤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인사한다. 참 이상해. 오늘은 손님이 많네"라고농담을 건네며 백악정 앞길을 화두 삼아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노 대통령은 "옛날엔 여기가 다 사람이 다니던 길이고, 오솔길이 많이 있었다지만 1.21 사태 이후 봉쇄된 이래 지금까지 개방이 안되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봐야하는데 못보고 사는 게 참 답답하다"면서 "오늘 손님들이 많이 오신 것도 막힌 길이니 가보자는 호기심이 많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웃음을 유도했다. 산행에 들어가면서 노 대통령은 "올들어 3차례 산행이다. 3월들어 두번 왔었다"고 소개한 뒤 "올해는 진달래가 늦게 핀다죠. 필 듯 필 듯 안 피네요"라며 봄날을맞는 감회를 토로하면서 "이 길은 원래 파묻혀 있던 길이었는데 새로 낸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 길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기자 일행은 무병 장수한다는 뜻의 `만세동방(萬世東方) 성수남극(聖壽南極)'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약수터에서 첫 휴식을 취했다. 노 대통령은 `동방이란 글은 동방삭에서 나온 말로 장수무병을 의미한다'는 김세옥 경호실장의 설명을 듣고 "언제 누가 새겼는지 모르지만 서울이 신령하고 기운이 있는 땅으로 생각하고 하지 않았을까"라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청와대와경복궁을 소재로 담소를 나눴다. 특히 청와대 관저터에 있는 `천하제일복지'란 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보기에따라선 권력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주 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험난한 땅이기도하다"며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권력이니까 지금 지내는 곳이 천하제일이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궁궐의 암투, 모해, 음모가 들끓는 곳일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동중 "기자들이 더 허덕거리는 같다"는 조 수석의 말을 듣고 "엔진이 좋을 수록 소리가 요란한 겁니다"라고 농담을 건넨 뒤 예정에 없던 곳에서 한번 더 휴식을 취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악산이 작지만 실제로는 산세가 험한 곳"이라며 풍수지리를 화제로 "지세는 불변이 아니고 시대 흐름하고 맞춰서 생산되는 것 같다"고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도전이 자기 집터도 천자만손할 터라고 했는데 천자만손은 못하고 맞아죽는 봉변에 집안이 멸문지화 당했다"며 "그러나 500년 뒤 그 자리에 수송국민학교가 들어선 걸 보면 (정도전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지세란 그 자체가 고립적으로 불변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게아니고, 다른 기운과 맞아야 한다"고 논란을 정리했다. 다시 산행에 나선 노 대통령은 성벽에 이르자 "이것도 그렇고 만리장성을 보면참으로 험한 데 쌓여져 있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는지, 이 돌을 쌓아올린 게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지 백성을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다시한번 자세를 가다듬었다. 산중턱에서 발걸음을 재촉, 예정된 시간에 맞게 산 정상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취임 3년차를 맞은 소감을 비롯해 독도문제와 한일정상회담 개최 등 한일 관계를 비롯해 국토균형발전 방안과 토요휴무제 실시 문제 등 국정 현안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통치권자로서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정상(대통령직)의 2년과 향후 3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답변이) 준비 안 된 아이템"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뒤 "여전히 힘들고 자꾸새로운 일이 생긴다"며 "지금 우리 전체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결국 그런 것"이라며한국정치의 숙원인 `상생'으로 초점을 모아갔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이) 상상 얘기를 하는데 (문제는) 그 상생의 기반이 아직우리들 마음속에 제대로 잘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서로를 아직까지 인정하기 어려운, 상생의 사고를 갖기 어려운 심리상태가 상생을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할 근본적 문제라는 인식도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아직도 여야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국가보안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 등 쟁점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해석됐다. 노 대통령은 또 토요휴무제 실시와 관련해 "잘 하지 않겠느냐"며 낙관론을 펴면서 "(시행착오를) 지적하면 정부가 고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적해달라. 정색하지 말고"라며 언론의 협조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최근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행정수도 분할반대' 촉구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균형발전 문제와 관련, 프랑스 등 외국사례까지 인용하며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도시 문제에 관해 노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지난 22일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기고해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한 사연을 밝힌 이후 1주일만이다. 이번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그대로 가만 두면 어떻게 될까요" "수도권에 집중되는 상황을 그대로 가면 수도권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수 있을까요" "프랑스는 왜그렇게 국력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집요하게 정책을 폈을까"라고 묻는 등 1주일전 대국민 서신에 사용했던 반어법을 통해 행정도시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지금 우리 사고가 결정적으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있다"고 전제한 뒤 "내가 후보시절 때부터 국토균형적 대표성을 갖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으나 학문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공론이 일지 않으니까 대통령이 말해봐야 소용없다"면서 "전체적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쉬운 대로 가볍게 대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인 독도문제 등 한일 문제, 정치적 휘발성이큰 개헌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등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권력구조 개편문제에 대한 사견을 묻자 "내가 오늘 얘기할 수 없다"며 피해갔고,한일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견에 대해서도 "앞당기면 서로간에 사전에 알맹이가 좀있어야 한다"며 부정적 의사를 밝히고 "결의를 갖고 멀리 내다보고 대처해 나가자고말하고 싶다"며 대일 문제 해결에 있어 `지구전'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노 대통령은 독도문제와 관련해서도 "금방 해결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며 감정적 대응으로 비칠 수 있는 일시적대처 방안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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