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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위대한 경영자 한용철
입력1999-03-17 00:00:00
수정
1999.03.17 00:00:00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위대한 경영자 한용철하면 의아해할 사람 많을 것이다. 유명한 의사 한용철(韓鏞徹)이라면 알겠는데 그런 경영자도 있었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위대한 경영자는 지난 14일 타계한 한용철 삼성의료원 명예원장 바로 그분이다.
한박사의 명의(名醫)로서의 명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서울의대 내과과장, 서울대학병원장, 대통령 주치의, 삼성의료원장 등 의사로서 가장 명예있는 자리를 두루 거쳤다. 자리뿐 아니라 결핵을 중심으로 호흡기 내과에 초석을 놓는 등 의술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의사로서의 기여 외에 병원경영자로서도 획기적 업적을 이룩했다.
우리나라에선 위대한 기업경영자는 더러 있으나 대학, 병원, 연구기관, 로펌 등 두뇌분야의 경영자는 적은 편이다. 한원장은 서울대학병원장을 지낸 후 삼성의료원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참여하여 단시일내에 국내 정상급 병원으로 끌어올리는데 견인차적 역할을 했다.
병원을 준비할때부터 『환자를 고객으로 생각하여 환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병원을 만들자』는 경영이념을 내걸고 전 스탭들을 설득하고 끌고 갔다. 경영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 그것을 시스템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오랜 의료계의 관습을 과감히 타파하여 기다리지 않고 군림하지 않고 친절하면서도 투명한 병원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고객만족경영을 대규모 종합병원에 도입하여 확산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것은 돈이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위대한 경영자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박사는 새병원을 지으면서 선진시스템을 앞장서서 익히고 도입했다.
전통적으로 권위있게 손으로 갈겨쓰던 진료카르테를 컴퓨터로 치게 하는덴 초기에 의사들의 저항이 많았다 한다. KAIST의 정보화과정을 같이 들은적이 있는데 그렇게 열심이고 진지할 수가 없었다. 수료땐 한박사의 과제물이 우수작으로 뽑혀 앞에 나가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참으로 복받은 노인이다. 평생을 의사로 보내고 이상적인 병원을 지으면서 운용시스템을 컴퓨터로 첨단화하는 일까지 해보게 됐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요지의 말씀을 했다. 이런 자세가 바로 의술뿐 아니라 병원경영에도 신경지를 개척한 바탕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박사는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정말 모든걸 털고 갔다. 심지어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고치는데 앞장서겠다고 본인 스스로 화장을 하여 유골을 공원에 뿌리도록 분부했고 또 그대로 실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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