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올해 선보인 새내기 펀드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기존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과 일본, 유럽, 국내 중소형 주식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시황을 반영한 상품들이 대거 쏟아져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신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설정된 새내기 펀드는 215개에 달하며 지난달 말까지 이들 상품에 유입된 자금은 5조4,695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 펀드에 1조3,216억원이 몰려 자금유입 규모가 가장 컸으며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에도 1조75억원이 몰렸다. 특히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7,584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새내기 주식형 펀드는 되레 6,100억여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신규 설정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몰려든 것은 새내기 펀드의 대부분이 국내외 시장 상황을 반영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79개 펀드가 새로 나온 중국투자 펀드에는 2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이 유입됐으며 국내 중소형주 펀드에도 4,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 등 연금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51개 상품이 새로 설정된 연금 관련 펀드에도 1,900억원이 들어왔다. 아울러 신규 설정 펀드인 만큼 판매사나 운용사에서 적극적으로 해당 상품을 알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새내기 펀드에 자금이 몰린 이유로 꼽힌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중국을 비롯해 일본 및 유럽 증시와 국내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용사들도 여기에 투자하는 상품을 많이 선보였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기존과는 다르게 운용할 여지가 많은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상품이 주를 이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내기 펀드 가운데 가장 자금유입이 많았던 상품은 메리츠자산운용이 지난 6월 설정한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였다. 이 펀드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2,613억원을, 지난달 1,161억원을 쓸어담았다. 새내기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6,1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의 자금이 이 상품에 집중된 셈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 가운데서는 올해 4월 출시한 '삼성코리아단기채권자 1[채권]_Ci'가 가장 많은 3,500억원을 모았다. 하지만 이 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은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아니라 펀드가 기관 전용 클래스로 설정돼 출시하자마자 국내의 한 금융회사 자금(3,000억원)이 한꺼번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외펀드 가운데서는 중국 펀드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4월 출시한 '흥국차이나플러스자 1(H)[채혼]A'가 출시 후 3,005억원이 유입됐고 올해 6월 설정된 '하이중국본토공모주플러스[주혼-재간접]A'에도 2,814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두 펀드는 중국 증시 급락 탓에 지난달에는 각각 84억원과 55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이상 운용한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가운데 설정 후 월평균 수익률(설정 이후 수익률÷운용 개월 수) 새내기 상품 중 수익률이 가장 좋은 상품은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로 7.11%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메리츠코리아펀드'만을 운용했던 메리츠자산운용이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운용 전략을 중소형주 펀드에 고스란히 적용한 상품으로 출시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해외주식형 펀드 중에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일본중소형FOCUS자UH[주식]_C1'이 5.96%로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 펀드는 다이토제약, 아사히인테크, 저가 여행사인 에이치아이에스(HIS) 등 성장성이 기대되는 일본의 강소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하고 있다.
증권사 WM 관계자는 "중국 펀드가 최근 증시 급락으로 올해 수익률 대부분을 반납하고 있다"며 "일본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일본 펀드 상품을 찾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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