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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위치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선영. 정몽구 회장이 탄 승용차가 참배를 마친 후 선영을 빠져나가자 현정은 회장의 차량이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선영으로 들어섰다. 정 회장의 참배가 현 회장의 도착 예정 시간인 오전10시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만남이 점쳐졌지만 현 회장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면서 두 회장은 마주치지 않았다. 함께 하기에는 아직 멀어 보이는 모습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의 얘기에서도 느껴졌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 기일인 이날 오전9시48분께 선영에 도착해 미리 참석해 있던 가족ㆍ친지와 함께 참배했다. 정 회장 일가 참배에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과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현 회장은 이날 가족 참배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정몽준 의원은 출장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오전10시18분께 취재진에게 "감사합니다"고 말하고 승용차를 탄 채 빠져나갔다. 곧 이어 오전10시26분께 참배를 마치고 모습을 나타낸 정 부회장은 차에 오르기까지 수십 미터를 걷는 동안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쏟아지는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다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삿날이었던 지난 20일 "가족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만 "좋은 얘기 했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하고 차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앞서 14일 추모 음악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는 현 회장과 마주칠 찰나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선영을 벗어나자 현 회장은 오전10시28분께 선영에 들어서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현대그룹 부서장급 이상 임직원 200여명과 함께 참배했다. 참배가 끝난 뒤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취재진의 경영권 분쟁 및 추가 소송 여지를 묻는 질문에 "현대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로부터) 구체적인 화해 제안은 없었다"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회장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10일 고(故) 정 명예회장 사진전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매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은 나흘 뒤 열린 추모 음악회에서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모르겠다"며 "현대상선 지분은 우리에게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그룹과의 화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오면 그 후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여전히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앙금이 있음을 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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