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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은 2005년 뚝섬

`한양은 물론 조선에서도 가장 길었다는 살곶이다리를 건너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合水)점에 도착하니 풀과 버들이 무성한 너른 평야가 앞에 펼쳐지고, 그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무리를 지나 목장을 향하는데 갑자기 놀란 새들이 하늘로 치솟다가 응봉 쪽에서 날아온 임금이 쏜 화살에 맞아 살곶이다리로 떨어진다. 조금 더 가 뚝도 나루터에 당도하니 경상도와 강원도를 오가는 세곡선이 분주하고 한강 건너 봉은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는 도성 부녀자들을 실어나르는 거룻배가 바쁘다..` 이곳이 바로 조선시대 살곶이벌이라 이름하던 뚝섬의 옛 풍경이 아니던가. 뚝섬은 옛날에는 숲과 풀이 무성해 목장과 사냥터로 이용됐고 한강과 접해 있어 일찍이 한양과 동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운(舟運)의 관문 역할을 해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 와서는 마치 도시계획의 전시장(?)이라도 된 듯 온갖 구상들이 난무해왔다. 90년대 중반에는 레저ㆍ문화ㆍ스포츠공간개발계획이 있었고 곧 이어서는 월드컵을 위한 돔 구장 건설이 추진되기도 했다. 또 몇해 전에는 시청사 후보지로도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또다시 용산에 고배를 마시고 주저앉고 말았는가 하면 근자에는 문화ㆍ관광타운을 조성하자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몸부림이 바로 뚝섬이 타고난 숙명이던가, 아니면 기구한 `터`의 운명이던가. 그 옛날 임금이 행차할 때마다 매 사냥터로 헌상하던 고고하고도 화려한 과거, 무려 60여년간이나 경마와 함께 열광하던 시민들의 함성, 유유자적 도심의 골퍼들에게 제공되던 숲과 초원과 나무.. 이런 향수와 회한이 아마도 뚝섬이 아직까지도 변화를 거부하고 번잡을 외면하는 참마음인지도 모른다. 뚝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사냥터는 아닐지라도 풀숲을 기던 꿩들이 갑자기 푸드득 날고 이에 놀란 새들도 덩달아 나는데 하늘에는 솔매와 황조롱이가 호시탐탐 이들을 노린다. 초원 저쪽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공차기에 여념이 없는데 아이를 따라 나온 부모들은 따스한 햇볕에 몸을 맡겨 한가로이 담소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강 저켠으로 윈드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뒷모습도 노을을 받아 더욱 아름답다. 뚝섬은 이제 새로 태어난다. 살곶이벌에 조성되는 숲의 공원 말고도 이웃 유수지에 만드는 생태공원, 그리고 정수장 터에 들어서는 물과 억새갯버들공원은 그야말로 동식물의 낙원이 되리라. 낮에는 정겨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밤에는 야생동물과 곤충들의 움직임이 공원에 가득하게 될 2005년의 뚝섬, 그곳에 가고 싶다. <최재범<서울시 행정2부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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