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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사태, 우리의 현주소
입력2004-01-08 00:00:00
수정
2004.01.08 00:00:00
지난해 내내 엉켜 있던 LG카드 사태가 기어코 올해로 넘어왔다.
아직도 진행 중인 LG카드 사태의 수습과정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책임소재를 따져보면 가장 쉽게 확인된다.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책임자인 LG그룹은 자의건 타의건 어느새 `제3자`쯤으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비록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일정 규모의 부실을 떠안는다고는 하지만 결자해지의 금도는 이미 사라졌다.
그동안 카드영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채권단 역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해법 찾기 작업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현재까지 `공동 책임을 지자`는 정도에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책임 수위를 놓고는 아직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서로 눈치 보기에 열중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심지어 “LG카드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라면 정부가 (사태해결을) 주도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가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대형 경제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국민의 숙제`로 넘기자는 말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LG카드 사태의 당사자는 어느덧 슬금슬금 사라지고 사고 처리를 위해 국민들만 남은 상황이 됐다.
한발 더 물러서서 보면 LG카드 사태는 한국이 여전히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번 사태는 외환위기를 겪은 정부나 금융회사가 아직도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아 회원으로 가입시켰던 카드사의 부실사태는 사실 짧게는 1년 전, 길게는 2~3년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이 기간 동안 `잘하고 있겠지` 하고 방치한 감독당국이나, `그룹이 버티고 있는데 돈 떼일 일은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금융회사 모두 눈뜬 봉사나 다름없다. 금융회사는 특히 제대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핵심인데 여전히 `옥석 구분`을 못한 채 허우적대는 모습에서는 할 말조차 잃을 정도다.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산업은행으로 대표되는 정부가 사태해결의 책임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벌써 “(일 저질러 놓고) 잘되면 내 몫, 안되면 국민 몫”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엄밀하게 보면 LG카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대한민국의 수준을 말해줄 것이다. 2004년에는 한국이 한단계 성숙했다는 증거를 보고 싶다.
<김형기 산업부 차장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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