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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道국가를 위하여
입력1999-08-31 00:00:00
수정
1999.08.31 00:00:00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록 구절양장(九折羊腸)일지라도 그 길이 정도라면 그 길을 택하여야 하는 것이요, 우리가 망명생활을 30여년간이나 한 것도 가장 비현실적인 길인 줄 알면서도 민족 지상명령이기 때문에 그 길을 택한 것이다』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져 있는 요즘, 필자가 지난 34년 동안 오로지 한 길로 정치생활을 해 오면서 가슴깊이 새겨왔던 「백범일지」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보았다.
헌정사 50여년만에 여야간의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음에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나라 전체가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邪道)의 길을 가기 때문이 아닐 까 하는 생각에서다.
사도(邪道)의 길은 빠르고 쉽지만 그 끝은 실패요, 불행인데 반해 정도(正道)를 걷는 길은 멀고 힘들지만 그 결과는 성공과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분위기는 사도(邪道)로 치우쳐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온 국민이 겪고 있는 IMF의 쓰디쓴 고통도 역대 정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기 보다는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사실 국민의 정부가 내걸고 있는「개혁」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동안 비뚤어지고 왜곡된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를 바로 세워 제 길을 가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지역구분이 있을 수 없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재벌의 올바르지 못한 관행을 고쳐보자는 것이 재벌개혁이요, 뿌리깊은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것이 제2건국운동이다. 국가기관과 재벌을 이용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으는 낡은 구습을 타파하자는 것이 정치개혁이요,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를 바꿔 진정한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 국회개혁이다. 사도(邪道)에 치우친 국가의 모든 분야를 정도(正道)에 맞게 환원시키자는 것이 바로 국민의 정부의 개혁인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혁명은 사도(邪道)와 비슷하고 개혁은 정도(正道)와 유사한 것 같다. 멀고 험한 길인 만큼 고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그 고통을 잘 인내해 왔다.
앞으로도 개혁은 중단해서도, 후퇴해서도 안된다. 세계의 일류국가, 21세기를 주도하는 국가로 당당히 서기 위해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개혁의 요체이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며 국민의 정부가 갈 길이 아닐까. 정도(正道)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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