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며 다시금 불붙고 있는 한류를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스로스비 교수는 "강남스타일은 음악적으로 힙합도, 댄스음악도 아닌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곡"이라며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히트는 앞으로 한국의 문화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고 말했다. 이어 "여타 국가의 트렌드를 좇기보다 한국의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그 속에서 흥미로운 점을 끌어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한국만의 독특한(distinctive) 색깔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한국스러움(Koreaness)'이 가장 잘 묻어나는 것이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창조경제를 이루는 밑바탕이 된다는 말이다.
스로스비 교수는 이어 "창의력의 원천은 자유"라며 "문화는 정부(국가)가 아닌 사람이 만든다. 문화정책을 직접적으로 관리·감독(directing)하는 것이 아닌 창의력·창조정신이 제약 없이 꽃 피워질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과 조건(condition)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국가)의 우선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스로스비 교수는 사공 이사장의 기조강연 중 창조경제로 나아가는 여러 해법의 일환인 '여성인력 활용 부문'에도 강한 동감을 표했다. 사공 이사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유휴 여성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여성인력 활용률이 60∼70%에 달하는 데 반해 아직 한국은 그 비율이 5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성인력 활성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를 강조했다. 이는 스로스비 교수가 언급한 창의적 노동력(creative labour)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그는 "문화로 대표되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은 많은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며 "영화 한 편이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디트만 봐도 상당한 인력이 활용될 수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영화산업 및 문화 전반에 유휴 여성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조강연에서 사공 이사장이 언급한 비금전적 인센티브 중 하나인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은 이번 대담에서도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스로스비 교수는 "사공 이사장의 기조강연 중 R&D에 정부 지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은 부분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에 사공 이사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한 국가가 특정 완성품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또 다른 보복관세를 부른다"며 "한국 정부의 R&D 투자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상위를 차지하지만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공 이사장은 "단순한 투자지원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과 명확성을 제고해 연구자들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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